▲'장도리'의 만화가 박순찬 화백의 <나는 99%다>
비아북 제공
"개인적으로 꼽은 '올해 가장 인상적인 책 표지'."최근 트위터에 어떤 책의 표지 사진이 올라오자 이런 반응이 나왔다. 이어 "기발한 표지"라는 감탄과 함께 "대한민국 생태계 써머리(요약본)"라는 좀더 진지한 평가가 뒤따랐다. 도대체 어떤 표지이길래 트위터 이용자들을 이렇게 뜨겁게 달군 것일까?
이명박과 박근혜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어떤 책'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낸 이 표지는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고대 이집트의 벽화를 차용한 것이다. 고대 이집트 벽화에 파라오와 왕족, 성직자, 노예 등이 나오듯, 이 표지에도 한국사회의 '권력계급'을 암시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가장 높은 자리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앉아 있다. 이 회장의 의자 아래에는 법원과 검찰이 바짝 엎드려 있다.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했던 '삼성공화국'의 한 단면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 회장 옆에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나란히 서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다.
이 대통령과 박 후보의 손에는 각각 그들의 상징인 '삽'과 '박정희 깃발'이 들려 있다. 4대강 사업으로 대표되는 '삽질공화국'과 부친의 '후광정치'를 꼬집은 것이다. '앵무새'로 형상화된 언론은 흥미롭게도 이 회장과 이들 권력 사이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압도된 한국언론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러한 권력계급에 맞서는 계급도 나온다. '민중' 혹은 '시민'으로 불리는 이들은 '촛불'과 '스마트폰'으로 저항한다. 하지만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계급 등은 이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하고, 불법사찰하고, 권력계급들은 이를 흡족하게 바라본다. 헌법에는 '권력의 원천'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이들의 처지는 이렇게 초라하고 무력하기만 하다.
17년간 <경향신문> 시사만화 '장도리'를 그려온 박순찬 화백은 최근 펴낸 <나는 99%다>(비아북)에서 이러한 '1% 대 99%의 현실'을 끈질기고, 날카롭게 담아냈다.
<나는 99%다>는 4대강 사업 강행, 천안함 침몰, 민간인 사찰, 검사 스폰서, 종편 사업자 선정, 한미FTA 체결, G20 정상회의 개최 등 지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일어난 굵직한 일들을 펼쳐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평면적인 네 컷'에 그치지 않는다. 청와대, 검찰, 여당, 재벌 등 '1% 권력'이 오랫동안 유지되어온 '구조'를 보여준다.
박 화백은 "99%의 사람들이 전쟁터와 같은 변화무쌍한 환경 속에서 생계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덕택에 상위 1%는 그들의 기득권을 영원히 지속시키는 방법을 구상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독자들은 <나는 99%다>에서 '99%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무서운 현실과 마주한다. 특히 정치권력이 바뀌어도 죽지 않는 자본권력은 '1% 권력'의 중추이다. 이는 책 표지에서 이건희 회장이 정치권력, 사법권력, 언론권력 등 쟁쟁한 권력보다 위에 그려진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