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북역에서 상하행선 기차가 동시에 들어오는 바람에 기차를 잘못 탄 할머니들이 급히 바꿔타고 있다.
김종길
갑자기 기차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역무원이 큰소리로 외쳤다.
"하동 가는 기차인 줄 알고 타신 할머님들, 어디 계세요. 이 기차는 마산 가는 기차입니다. 어서 내리세요."
뒷자리에서 구시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할머니 서너분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차를 빠져나갔다. 하필 상하행선이 같은 시간에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일어난 촌극이었다. 기차는 다시 선로를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했다. 개양, 남문산, 갈촌, 진성, 반성, 수목원, 평촌, 원북, 군북… 정겨운 역들은 이름만으로도 옛 추억에 빠져들게 한다.
옥신각신, 왁자지껄 활기찬 가야시장 낮 12시 41분, 1시간여를 달린 끝에 함안역에 도착했다. 역사는 한산했고 타고내리는 승객들도 거의 없었다. 역 앞 식당에서 돌솥밥 한 그릇을 먹고 시장으로 향했다. 뜻밖에도 시장이름이 함안시장 아니라 가야시장이었다. 흔히 '00군'의 소재지하면 군 이름과 같은 '00읍'이지만, 엉뚱하게도 함안군에는 함안면이 따로 있고 소재지는 가야읍이다. 함안은 군과 소재지 이름이 같지 않은 보기 드문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