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평시장 폭행 사건, 경찰 현장 대처 논란

경찰 "신고 받고 출동 중, 상황 이해시키고 현장 떠나" vs 피해 여성 "순찰차 도움 요청 외면"

등록 2012.08.24 15:01수정 2012.08.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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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의 한 전통시장 골목길에서 20대 여성 3명이 폭행을 당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3~4일 후 용의자 2명을 검거했다. 하지만 폭행 사건 당시 경찰이 피해자의 도움 요청을 외면했다는 피해자의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삼산경찰서는 지난 19일 새벽 4시 45분께 부평시장 골목길에서 자신의 어깨를 밀쳤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폭행한 20대 청년 2명을 붙잡았다고 밝혔다.

폭행을 당한 윤아무개(21)씨 등 여성 3명은 이날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윤씨 등은 시장 골목길에서 김아무개(22)씨를 밀치고 지나갔고, 이에 격분한 김씨 일행은 윤씨 등을 불러 세운 후 얼굴에 침을 뱉고 주먹과 발로 마구 폭행해 상해를 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폭행을 당한 윤씨는 코 부위 골절과 치아 탈락 등의 상해를 당했다.

경찰은 폐쇄회로티브이(CCTV) 동선 등을 추적해 22일 김씨를 검거하고, 23일 새벽 공범 이아무개(25)씨도 추가로 붙잡았다.

언론은 이 과정에서 경찰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여성들의 호소를 외면했다고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삼산경찰서 관할 중앙파출소 순찰차 33호는 피해 여성들이 폭행을 당한 시간에 절도사건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 인근을 지나갔고, 피해자 최아무개(여)씨가 이 순찰차에 '친구들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 신고 사건을 처리하러 가는데, (다른) 순찰차가 곧 도착한다"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떴다. 경찰은 "신고자와 상황을 보니 위급성이 없고, 순찰차 백미러로 31호 순찰차가 보여, 이를 이해시키고 현장을 떠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피해 여성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들로부터 죽을 지경으로 맞고 있다고 도움을 요청했으나, '지금 다른 신고를 받고 출동하는 중'이라는 한심한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경찰관들은 차량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신고가 됐으니 조금만 기다리면 다른 경찰관이 올 것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고 했다. 이는 22일과 23일 연이어 언론에 보도됐다.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자 경찰은 22일 '언론 보도 진상 자료'를 배포했다. 경찰은 진상 자료를 통해 '피해자를 이해시킨 후 현장을 출발했고, 바로 31호 순찰차가 현장에 도착해 사건을 정상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23일 오전 7시 30분께 '삼산서, 용의자 2명 중 1명 검거'라는 제목의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그런데 경찰은 이 자료에서 폭행 이유만을 소상히 밝혀 '물 타기 아니냐'는 의구심을 샀다.


이날 경찰이 배포한 '삼산서, 용의자 2명 중 1명 검거'라는 자료에는 피의자들의 폭행 이유만이 상세히 기재됐다. 피해 여성 중 1명이 피의자 김씨의 머리를 잡아채서, 이씨가 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 자료를 본 인천지역 한 언론사 기자는 "피해 여성을 외면해 경찰이 언론으로부터 비난을 사니, 여성들이 폭행을 휘둘러 남성들이 폭행을 행사했다는 보고서를 배포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경찰이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물 타기를 한다는 주장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삼산경찰서 관계자는 "기자들의 편의를 위해 배포한 자료다. 물 타기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 내용이 다르다"며 "간접 대질심문 등을 거쳐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인천지방경찰청은 22일부터 이번 사건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당시 신고 사건 적합성, 현장 대처 능력 등을 조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부평신문(http://bpnews.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묻지마 폭행 #삼산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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