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가 케이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초점이 조금 맞지 않는데요. 이것은 동생 예슬이가 찍어준 것이랍니다.
이예슬
딸 아이 슬비와 예슬이는 전날 만들었던 케이크 이야기를 써 놓았습니다. 사실 둘은 지난 일요일 시내에 쇼핑하러 간다며 사이좋게 나가더니 '나만의 케이크'를 만들어 왔었습니다. 케이크를 만드는 집에서 직접 둘의 솜씨로 모양을 낸 것이었습니다. 얼굴도 그리고 이름의 영문 이니셜까지 새겨 왔었습니다.
두 딸의 편지는 케이크를 만들었던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놓았습니다. 멋있지 않았는지, 맛은 어땠는지, 감동은 받지 않았는지 등등. 아이들이 궁금한 점을 물어왔습니다. 자기들도 직접 케이크를 만들면서 '아빠가 기뻐하실 것을 생각하니 뿌듯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갖고 싶은 선물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슬비는 "원하신다면 어떻게든지 마련해 보겠습니다"고 덧붙였습니다. 예슬이는 편지에 특별이용권 하나를 그려 놓았습니다. 이름하여 '이예슬 부려먹기 이용권'이었습니다. 횟수는 저의 나이만큼이며, 8월 말까지 다 써야 한다는 단서조항까지 붙여 놓았습니다.
이런 게 진정한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의 편지를 보면서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날아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눈에는 아직 어린 아이들일 뿐인데, 부쩍 어른스러워졌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른들이 '딸 키우는 재미가 아들보다 훨씬 크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두 딸 아이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자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오래 전 생각에 혼자서 웃음을 지어보았습니다. 어린이집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들어간다고 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고등학생이고 중학생이 됐습니다. 그것도 벌써 2학년입니다. 시간 참 빠릅니다. 두 아이가 앞으로도 지금처럼 건강하게 그리고 해맑게 커갔으면 좋겠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