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 진행자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 주진우 <시사인> 기자
유성호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팟캐스트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는 나경원 후보에 대한 의혹들을 제기했다. 그중 하나는 나 후보의 서울 중구청 인사 개입 의혹이었다. 당시에는, 서울 중구 국회의원이었던 나 후보가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을 통해 구청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소문과 언론보도가 퍼져 있던 상황이었다.
<나꼼수> 진행자인 김용민씨는 중구청 공무원인 A씨를 인터뷰하여 "중구청에 호남 출신 공무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호남 출신 사무관들에게 중구청장이 전출을 요구했는데, 이러한 인사는 나경원 후보의 압력에 의한 것이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듣고 이 내용을 방송에 공개했다.
그러자 검찰은 A씨를 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한마디로 "나경원 후보자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공표하였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었다. 재판의 첫 번째 쟁점은 우선 나경원의 중구청 인사압력이 진실인지 거짓인지였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진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현역의원인 나경원의 권고나 압력으로 중구청 인사가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추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법원은 "의혹을 받을 사실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자는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수긍할 만한 소명자료를 제시할 부담을 진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인 소명자료가 아닌 소문을 제시하는 정도로는 허위사실공표죄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A씨가 제출한 소명자료가 소문에 불과하거나 구체성이 없으므로 허위라는 인식도 있었다고 보았다.
하지만 A씨에겐 무죄가 선고되었다. 왜일까. 법원은 "A씨가 자신의 발언내용이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 30 년간 재직하면서 정치적 활동을 하는 지위에 있지 않았던 점 ▲ 인터뷰 당시 팟캐스트의 개념이나 <나꼼수>를 알았다고 볼 수 없는 점 ▲ 자신의 육성이 방송에 그대로 재생되리라고 예상하기 어려웠던 점 ▲ <나꼼수>에 인터뷰가 공개된 뒤 항의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서울중앙지법은 16일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의 판단을 요약하자면, A씨의 발언(나경원 인사압력설)은 진실이라 볼 수 없지만, 그가 자신의 발언을 외부로 공표할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의 항소로 2심에서 다시 법정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남는 문제가 두 가지 있다. 첫째, 공직후보자에 대해 검증 차원에서 의혹을 제기하는 자에게 구체적인 소명자료를 제시하라는 대법원 판례는 정치적 표현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BBK 의혹' 제기로 구속된 정봉주의 사례가 단적인 예이다. 현행 판례는 마치 '구속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다면 정치인 의혹을 제기하라'는 말처럼 들린다.
둘째, <나꼼수>가 A씨와 인터뷰를 하면서 발언이 그대로 공개된다는 점을 미리 밝히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현직 공무원을 상대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사안을 인터뷰하면서 당사자의 동의나 양해를 누락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대중들에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나꼼수>의 취재 방식이 언론윤리 관점에서 적절했는지 고민해볼 문제이다.
[판결③] 동급생들 학대에 목숨 끊은 중학생, 누구 책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