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직장폐쇄된 경기도 안산 SJM공장에서 용역업체 '컨택터스' 직원들이 철조망이 겹겹이 쳐진 정문안쪽에서 방패를 들고 서 있다.
권우성
정씨에 따르면, 노사 충돌 현장에 투입되는 용역 인력의 30~40%는 대학생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할까. 이번에 안산의 자동차부품업체 SJM 노조를 박살 내 '용역폭력'의 대명사가 된 컨택터스의 전 팀장도 "용역의 상당수가 대학생들인데, 얘들은 정말 불쌍하다"며 "이 친구들은 돈 벌려고 나오고 용역은 살려고 그 애들 쓰는 거다, 자기들이 앞에 서면 맞으니까 방패막이로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정규직 또는 일용직 형태로 일하는 경비직원은 14만여 명. 정씨 등의 말대로 단순 계산해 보면 이들 14만 명의 30%, 4만2천 명이 학생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이를 정확한 통계로 보긴 어렵다. 게다가 학생들이 용역에 뛰어든 이유도 제각각이겠지만, 꽤 많은 학생들이 학비와 생존을 위해 노사 충돌과 철거 현장 등 각종 분규 현장에 가진 자들의 '사병'으로 동원되고 있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사용자들과 보수언론이 '노조 천국'이라고 우겨대는 한국의 올해 노조 조직률은 10.1%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0년에 9.8%였던 것이 '사회 양극화·노동조건 악화'로 겨우 10%를 넘어섰으나, 노동자 10명 중 겨우 한 명이 노조 원인 수준이다. OECD 30개국 중에서는 끝에서 세 번째다.
1997년 IMF외환위기 이후 파업의 핵심 이슈는 '정리해고 반대'였고, 몇 년 전부터 '비정규직 철폐'가 나란히 제기됐다. 여기에 임금문제와 근로조건 개선이 더해지는 것이 노동자 대부분이 파업 경험이 없는 이 나라의 파업 이슈다. SJM도 그 자신이 자동차부품 생산업체임에도 중국산 부품을 수입해 원청회사에 납품하는 '이상한' 행동을 하면서 노동자들 사이에 정리해고의 불안감이 번진 것이 갈등의 계기가 됐다.
그나마 활발하게 움직이는 노조들은 존립을 위해 싸워야 한다. 컨택터스의 전 팀장은 "특히 (민주노총의 핵심인) 금속노조하고 많이 싸웠는데, 3M·상신브레이크 다 깼다"며 "컨택터스 때문에 노조가 깨진 곳이 많다"고 말한다. 이 기업들 외에도 발레오만도·KEC·유성기업·만도기계는 사측이 직장폐쇄를 강행하고 경비용역업체를 대규모로 투입한 뒤, 노조들이 금속노조를 탈퇴하거나 새로 들어선 사측 노조에 밀려 단체교섭권을 잃어버리면서 무너졌다.
가깝게는 SJM, 멀게는 쌍용차에서 나타난 용역폭력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에서 벗어나려는 노동자들과 역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학생들이 맞부딪친 현장이었던 것이다. 정작 이런 상황을 만든 이들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을 뿐인데 말이다. 결국 '용역폭력 사태'는 우리 사회가 똑같이 생존권의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과 학생들을 쇠파이프와 쇳덩이들을 들고 죽기 살기로 싸우게 만드는 '야만적인 사회'임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안은 없다... '용역알바 학생'들에게 반값등록금 적용됐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