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회의 소집한 막둥이 "축구공 사주세요!"

등록 2012.08.23 09:47수정 2012.08.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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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아이와 막둥이. 가족회의에서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큰 아이와 막둥이. 가족회의에서 열띤 토론을 했습니다. 김동수



"아빠!"
"왜?"
"가족회의해요."
"가족회의?"

지난 21일 밤 엄마와 누나, 형아와 동네 공원에서 신나가 놀고 왔던 막둥이는 갑자기 가족회의를 소집했습니다.

"가족회의를 왜 하는데?"
"아빠!"
"왜?"
"내가 축구를 하고 싶어요."
"네가 축구 좋아하는 것 다 알아. 어제 목사님과 축구를 30분했잖아. 그리고 <오마이뉴스>에도 네가 축구 좋아한다는 기사까지 썼다."
"축구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축구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어요."
"그래, 그게 뭔지 말해 봐."

 막둥이는 방과후 축구보다는 축구공을 사줄 것을 아빠와 엄마에게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막둥이는 방과후 축구보다는 축구공을 사줄 것을 아빠와 엄마에게 강하게 요구했습니다.김동수

"방과후 학습으로 축구를 하느냐? 아니면 축구공을 사서 집에서 만날 축구를 하느냐 이고거여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 하겠다?"
"서헌이는 어떻게 생각하니?"
"방과후 학습보다는 축구공을 사서 집에서 하면 좋겠어요."
"인헌이는?"

"나는 축구공을 사는 것보다 방과후 학습을 하면 좋겠어요."
"누나는 축구공이고, 형아는 방과후 학습이야. 막둥이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
"나는 방과 후 학습보다는 축구공을 사서 축구를 하고 싶어요."
"막둥이는 왜 축구공을 사면 좋겠니?"
"축구공을 사면 내가 하고 싶을 때 찰 수 있잖아요. 아빠하고 형아하고 같이 공을 찰 수 있어요."
"그래 아빠가 매일을 못해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할 수 있다."
"아빠, 꼭 그렇게 해주셔야 해요."

 아빠를 설득시킨 막둥이 이제 엄마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조금 힘듭니다.
아빠를 설득시킨 막둥이 이제 엄마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조금 힘듭니다. 김동수



 아빠를 설득시킨 막둥이 이제 엄마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조금 힘듭니다.
아빠를 설득시킨 막둥이 이제 엄마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조금 힘듭니다.김동수

막둥이 논리는 명확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을 때마다 축구를 할 수 있으니 축구공이 더 좋다는 것입니다. 굉장히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문제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 생각이 어떤지 물어봐야지."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요?"
"막둥이 또 협상이야? 네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은 알지만 다른 것도 좀 열심히 해라."
"열심히 하잖아요."

"뭐 열심히 한다고? 너 영어 방과후 학습 제대로 한 적 있니? 결석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 방학 때도 절반을 결석했잖아. 만약 축구공을 사주면 또 그럴 가능성이 높아. 물론 엄마가 무조건 축구공을 안 사주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 말은 조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도 무조건 결선한 것은 아니예요. 아빠가 저를 창원에 데려가는 바람에 이틀을 결석했어요."


참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축구공을 갖고 싶다는 막둥이의 강렬한 욕망은 엄마와 아빠 마음을 감동시켰고, 결국 설득을 당했습니다. 막무가내로 사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와 엄마 그리고 형과 누나를 앉혀 놓고 축구공을 갖고 싶다는 말에 누가 안 된다고 하겠습니까.

그날 밤을 이렇게 보냈습니다. 다음날, 통영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점심을 먹고 있는데 막둥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설득 끝에 막둥이는 축구공을 샀습니다.
설득 끝에 막둥이는 축구공을 샀습니다. 김동수

"아빠! 나 축구공 샀어요. 정말 좋아요."
"그래 잘 했어. 나중에 보자."

"나중에 나하고 축구 같이 해요?"
"알았어."

집에 돌아오니 막둥이는 부리나케 나와 축구공을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바람에 밖에서 공을 찰 수는 없었습니다.

"아빠. 이 축구공은 '유로2012' 공인구예요!"
"그래 막둥이가 유로2102 공인구를 가졌다니 좋겠네."
"그럼요, 정말 좋아요. 하지만 비가 와서 아빠와 축구를 할 수 없어요."
"내일 비가 오지 않으면 차면 되잖아."
"내일 함께 차는 거예요."
"당연하지."

그런데 공을 보니 이름만 유로2012일뿐 진품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막둥이에게 가짜라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막둥이는 그날 밖에서 공을 차진 못했지만, 공을 가지고 놀았습니다. 어떻게요? 공을 던지고 논 것이죠. 그것도 누나와 형와 함께 말입니다.

 설득 끝에 막둥이는 축구공을 샀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교회에서 누나와 형아와 함께 공 던지기를 했습니다.
설득 끝에 막둥이는 축구공을 샀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교회에서 누나와 형아와 함께 공 던지기를 했습니다. 김동수

 설득 끝에 막둥이는 축구공을 샀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교회에서 누나와 형아와 함께 공 던지기를 했습니다.
설득 끝에 막둥이는 축구공을 샀습니다. 하지만 비가 오는 바람에 교회에서 누나와 형아와 함께 공 던지기를 했습니다. 김동수

우리 막둥이는 최고입니다. 자기 생각을 말하기 위해 가족회의를 소집하고, 논리있게 말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막둥이의 학교 성적은 조금 떨어지지만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공부가 다는 아닙니다. 막둥이가 공부에 주눅들지 않고, 자기가 바라는 꿈을 위해 오늘도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랍니다.
#가족회의 #축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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