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1일 오후 2시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사 회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시연
"어려울 때 우산 뺏는 일 없어야"... 금융소비자 보호 강조
또 가계부채 연착륙 문제를 거론하면서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원리금 상환에 애로를 겪는 가계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은행이 차입자의 경제 여건 등을 세심하게 살펴 원리금을 안정적으로 갚을 수 있게 가계부채를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실물 경제 위축에 따라 '어려울 때 우산 뺏는다'는 금융권 비판이 다시 재연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신자유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시장 자율성에 대한 지나친 신봉은 금융시스템의 불안정성과 사회적 불공정성 확대를 초래했다"면서 "경제시스템의 안정성과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시장원리를 추구하는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했다.
특히 "금융시장 안정과 금융 산업 발전에 중점을 둔 기존 금융 패러다임에 소비자와 투자자 보호란 가치를 더해야 한다"며 금융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 전담조직을 강화하도록 주문했다.
"1개월 내 신뢰 회복 대책 발표... 가산금리 비교공시 추진" 김석동 위원장은 이날 2시간에 걸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금융권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했다"면서 "1개월 내에 각 지주회사 별로 종합적인 대응책을 만들어 발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출 서류 조작 같은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명의무 이행, 대출서류 관리 등 내부 통제 절차를 개선하고 지주회사 임원급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최고책임자를 지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금융감독당국과 협의해 개별 소비자 신용도에 따른 가산 금리를 은행별로 비교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은보 금융위 사무처장은 "개별 기업별 금리를 비교 공시하는 것처럼 개별 소비자에 대한 금리 비교 공시도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은행권 자율 원칙 아래 소비자 보호와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간담회엔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을 비롯해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지주 회장, 김정태 하나지주 회장,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 신동규 농협지주 회장 등이 참석했지만 맏형 격인 어윤대 KB지주 회장은 개인 사정으로 빠졌다. 나머지 지주 회장들도 시종 굳은 표정이었고 "오늘은 들으러 온 자리"라며 기자들 앞에서도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