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는 귀신고래-책속 설명
창비
귀신고래는 사람을 무척 좋아해 사람이 탄 배 가까이 다가가 사람들의 손길을 받을 정도란다. 책속에는 배위 사람들이 귀신고래를 쓰다듬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실려 있는데, 이 사진을 보며 '아마도 북대서양 귀신고래가 인간들의 남획으로 18세기에 멸종하고 만 것이 귀신고래의 사람 좋아하는 이런 습성 때문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좀 씁쓸해지기도 한다.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 역시 북대서양 귀신고래처럼 인간들의 지나친 고래사냥으로 수백마리 정도만 남았는데 1946년부터 꾸준하게 보호, 지금은 2만여 마리 가량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국계 귀신고래는? 일제강점기 일제의 남획으로 현재 130여 마리 남아있는 정도라고 한다.
귀신고래의 정식명칭은 쇠고래. 그럼에도 귀신고래란 이름이 붙은 것은 '귀신처럼 갑자기 나타나 갑자기 사라지기 때문'. 재미있게도 귀신고래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여하간 귀신고래는 여러 고래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고래로 책에서 만날 수 있는 귀신고래는 먹고 살 길을 찾아 1만 5천km를 이동하는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다.
몸집이 워낙 크기 때문에 크게 위험할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세상의 모든 생명은 누군가의 천적인 동시에 희생자다. 귀신고래도 마찬가지. 사람들과 포악하기로 소문난 범고래가 귀신고래의 최대 천적인데, 비교적 영리한 편인 범고래는 캘리포니아 반도에서 출산을 한 후 새끼를 데리고 베링 해로 돌아가는 귀신고래의 길목에서 귀신고래의 새끼들을 노린다. 그것도 새끼가 지치기를 기다리며 은근한 압박을 가하며 추격하는 방법으로.
위험하면 위험할수록 지난해 10월에 베링 해에서 출발할 때부터 동행하며 수많은 위험을 함께 넘어 캘리포니아 반도에 함께 도착한, 그리하여 어미 귀신고래의 출산을 적극적으로 도왔던 어미 고래의 친구인 귀신고래의 도움과 역할은 커지고, 그럴수록 둘의 유대는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둘의 유대 덕분에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대체 귀신고래는 왜 새끼가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먼 거리를 이동하는 걸까? 이동하는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는다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동행하는 암컷 귀신고래는 무엇 때문에 두 달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는 희생을 자처하는 걸까? 어떻게 해마다 왔던 길을 정확하게 되돌아 갈 수 있는 걸까?
책은 해마다 10월에 베링 해를 떠나 12월 멕시코 해변(캘리포니아 반도)에 도착하는 두 달 동안 아무것도 먹지도 자지도 않고 1만 5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는 귀신고래의 여정과, 그렇게 도착한 캘리포니아 반도에서 지내다 1~2월에 출산을 한 후 3월에 멕시코 해변을 출발, 두 달 후인 5월에 베링 해에 도착하기까지의 여정과 여정을 가능하게 하는 암컷 귀신고래 두마리의 끈끈한 유대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솔직히 전혀 모르는 두 암컷 귀신고래의 생존을 위한 끈끈한 유대와 그 여정은 장엄한 감동, 그 자체다. 그리하여 한편의 장엄한 생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고 할까? 눈으로 읽는 글들이 마치 내레이션처럼 와 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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