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공동대표가 공동 저자들의 인사말을 들으면서 무슨생각이 떠 올랐는지,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김철관
지난 5월 2일 조준호 통합진보당 비례대표선거 진상조상위원장이 진상조사보고서를 발표한 뒤, 거의 모든 언론과 지식인이 좌우를 가리지 않고 구당권파를 질책한 것은 사실이다. 사실에 대한 기본적 검증과 확인 없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갈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 것은 진보언론이나 보수언론이 똑같았다. 사실에 대한 검증과 확인에 노력했더라면 잘못과 판단에 오해들은 상당 부분 해소됐고, 통합진보당의 내부갈등이 분당까지 치닫는 일은 없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통합진보당 사태와 관련해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국민의 눈높이'도 '합리적 의심의 대상'이라고, 진실 규명의 중요성을 밝힌 부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왜 진보언론은 사건 초기 중요한 의혹과 팩트를 제대로 취재하지 않고, 조준호 위원장의 보고에만 의존해 침소봉대했을까. 발표 이후에도 진상을 밝혀줄 주요한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었음에도 집중 취재를 하지 않았을까. 이는 바로 한국 언론(진보언론이 되새겨야할 문제)의 현주소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새누리당이나 통합민주당처럼 몸집이 큰 정당도 아닌데, 한 소수 진보정당의 내부 문제가 전사회적으로 비화됐다. 소수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어야 할 진보언론이 소수 목소리나 반대 진영의 목소리를 외면해야 하는 현실이, 이 책을 읽고 느낀 점이다, 이 책은 구당권파의 입장에서 쓴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 언론의 현실과 양심 있는 지식인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를 호소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두고 '조준호 오판의 심상정의 노림수, 유시민의 과욕, 이정희의 무대응' 등으로 분석한 김철민 <수원시민신문> 기자의 글과 부록에 실린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글 '사실이 아니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가 눈길을 끌었다. 솔직히 이 책은 억울한 구당권파의 입장에서 기술한 책임은 분명하지만, 공동 저자들이 쓴 전문을 다 읽어보면, 이 시대의 언론인과 지식인들에게 초점이 맞춰 있다는 사실이다.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 이병창 동아대 명예교수, 김준식 소설가, 김영종 작가, 김갑수 정치평론가, 이시우 사진작가, 김대규 서울디지털대 교수, 김귀옥 한성대 교수, 최진섭, 전 <월간 말> 기자, 인병문 <사람일보> 편집국장, 나미꾸 온라인 시민기자, 김철민 <수원시민신문> 기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 2012년 통합진보당에 무슨 일이 있었나?
김인성.이병창.김영종 외 지음,
들녘,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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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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