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에 1박 이후 새벽 출발전 한치 앞을 구분 할 수 없는 안개
강창덕
문제는 세석대피소였다. 가장 치열한 장터목 다음으로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 바로 세석대피소이기 때문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동시에 2만 명이, 휴일에는 1만여 명이 동시에 접속 할 정도이니 10:00 땡 하고 순간적으로 클릭을 하면 서버가 다운 (일종의 디도스 공격 처럼)되는 현상이 빚어진다. 컴퓨터를 정상화 시켜 다시 접속하면 이미 예약은 끝이 난 상태이고 대기자 명단에도 올라가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래서 로또에 비유 할 만큼 예약이 어려운 세석대피소도 예약이 가능했다. 노고단 마고(인간을 탄생시킨 여신) 할매가 도와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대피소인 치밭목은 운영은 개인이 하기에 인터넷, 전화예약도 안되고 선착순으로 직접 가는 방법 말고 달리 도리가 없다.
사전에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정보는 치밭목 대피소는 여름 휴가철에도 절반이상 차는 법이 없다고 하니 나름 여유가 있었다. 대피소 예약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으니 이제 부터는 먹을 것을 준비하는게 일이다. 두 사람이 4박 5일 동안 (13끼니) 먹어야 할 분량이 만만치가 않았다. 행동식, 매 끼니 마다 식단을 어떻게 짜고 무엇을 먹을 것인지가 참으로 난감했다. 하루 이틀 정도면 뭐 대충 하면서 때울 수는 있지만, 13끼니는 생각보다 많았다.
일단 부피가 적고, 쉽게 먹을 수 있고, 가벼운 것으로 정하고 검색에 들어갔다.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강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리산종주는 일반적으로 노고단에서 지리산 등뼈를 이루는 능선산의 20개 봉우리( 1,500m이상 봉우리만 16개 )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매우 심하다. 하루 3끼니가 아니고 5끼니를 먹어야 버틸 수가 있다.
동결건조 식품으로 물만 부어 끓이면 먹을 수 있는 위주로 구입했다. 김치국밥 2끼니, 짜장 밥(2개), 시금치 된장 국(2개), 양놈들이 먹는 씨레이션 3끼니(2400 kcal ), 누룽지 2끼니, 고추장 참치, 젓갈로 식단을 짯다.
행동식으로는 개당 약 200 kcal 인 건과류가 들어 있는 에너지바(매치매치바와 비슷) 15개, 개별 포장된 치즈 15개(개당 90 kcal), 미숫가루(3회 분량), 소고기 육포(100g+3개) 약간의 과자, 건과류와 몇 가지 상비약 등이다. 산에서 치약은 사용 할 수 없기에 소금은 필수다.
개인 물품은 여벌옷, 타올, 양말, 바람막이, 스패츠, 판초우이, 버너, 코펠, 화장지, 물수건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충분한 비닐 봉투, 지퍼팩 등이다. 포장지는 철저히 분리해서 내용물만 가져가는데도 50리터 배낭 두 개에 들어갈 자리가 없다. 국 종류나 씨레이션은 전부 다 합쳐도 5리터도 안되는 부피였지만 종류가 많다보니 배낭은 벌써 배가 남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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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시인 이원규>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아무나 오시지 마시고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이슬의 눈으로 오시라이슬의 눈으로 오시라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먼저 온 몸을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려면별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백사장의 모래알처럼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시라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툭 하면 자살을 꿈꾸는 임아반성하러 오시라반성하러 오시라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언제나 첫 마음이니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덧붙이는 글 | 개인불로그에 중복게재 하였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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