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0년대 전주는 1만명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전주시장에 모인 사람들은 참 많습니다. 시장은 역시 부쩍거려야 합니다
김동수
쌀을 팔아 고추를 산 사람, 고추를 팔아 쌀을 사는 사람, 그리고 몇날만에 만나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며 힘든 인생살이를 주고 받았을 것입니다. 또 장날은 다른 지역 소식을 듣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스마트 폰이 없어도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사람냄새 나는 세상이었습니다.
1896년쯤에 찍은 사진 한 장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초가와 서양 선교사, 그리고 조선사람. 어울릴 듯하면서 조금은 어색합니다. 저도 초등 3학년까지는 초가에 살았습니다. 초가에 살아본 분들이 알겠지만 해마다 한 번씩 지붕을 새로 이어야 합니다. 가을걷이를 다 끝내고 새볏짚으로 갈아 입어면 몸도 깨끗해집니다. 정말 이상한 것은 물이 새지 않습니다. 최첨단으로 지은 요즘 건물도 물이 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볏짚으로 이은 초가는 물이 새지 않습니다. 자연이 준 귀한 선물입니다. 아무리 사람 능력이 뛰어나도 자연 앞에서 얼마나 부족한지 초가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초가와 돛단배... 자연과 더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