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유한식 시장 딸 유아무개씨를 직급을 내리지 않고 기획조정실에 전입 배치한 인사발령 공문(8월 2일 자 공지). 유씨는 지방행정주사보(7급) 그대로 발령을 냈고 같은 날 전입한 임아무개씨는 8급에서 9급(지방행정서기보)으로 직급을 낮춰 전의면에 배치했다.
세종포스트
하지만 유 시장 딸은 치열한 전입 장벽을 공개 공무원 전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별 모집방식으로 통과했다. 인사권을 가진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특채한 것이다. 게다가 세종시는 인근 지자체 공무원이 세종시로 전입을 할 경우 직급을 낮춰 들어오게 돼 있는데도 이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논란이 일자 뒤늦게 직급을 낮췄다.
세종시의 해명은 더욱 어이가 없다. 기획조정실에 마침 두 명의 결원이 있어서 배치한 것일 뿐 특혜는 아니란다. 왜 직급을 낮추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직급을 내리는 것을 실수로 누락시켰다"고 답했다. 하지만 세종시는 지난 8일 '직급을 내려 세종시로 전입한 자에 대한 1년 승진제한 방침'과 관련 "경력과 근무성적 등을 고려해 완화할 수 있다"는 방침을 각 부서에 통지했다. 느닷없는 방침 변경은 '특혜 인사 및 특혜 채용'을 통 크게 하려고 한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정말 실망스러운 것은 이어진 세종시의 처신이다. 세종시는 유한식 시장 딸의 특혜 인사 의혹을 보도한 <세종포스트>를 무단으로 수거해 폐기처분했다. 세종시 공보관이 읍·면·동장에 전화로 읍·면·동 민원실에 배포된 신문을 수거해 폐기처분하라고 지시했다. '편법과 특혜가 없었다'던 세종시가 관련 보도가 실린 신문을 몰래 폐기하는 떳떳하지 못한 행보로 답한 것이다. 세종시 공보관은 신문 수거 폐기처분을 지시했음을 시인하면서도 "윗선 지시는 없었다"며 "내가 감수하겠다"고 밝혔다.
공보관이 신문 수거 폐기처분 지시... 또 다른 공직자 부인 특혜 의혹도윗선의 지시 없이 공보관의 자체 판단이라는 것도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렵지만, 설령 세종시장의 심기를 고려해 알아서 했다고 하더라도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특혜인사 의혹은 세종시 전 현직 고위공직자 부인 및 며느리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세종포스트>에 따르면 유 시장은 세종시 출범을 하루 앞둔 지난 6월 30일, 이아무개 전 연기군수의 며느리(유성구 근무)와 현 인사최고책임자의 부인(청주시 근무)을 살짝 전입·배치했다. 이들은 유 시장의 이 같은 배려로 다음 날(7월 1일) 세종시가 출범하면서 하루아침에 세종특별자치시 공무원이 됐다.
이쯤 되면 연기군의 마지막 군수인 유 시장이 세종특별자치시 시장에 출마한 진짜 이유가 '딸과 측근들을 챙기기 위한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말 없는 유 시장... 관계기관 조사 나서야그런데도 유 시장은 말이 없다. 신문을 무단 폐기한 공보관을 문책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세종시를 책임지고 있는 자치단체장의 처신과 분별력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세종시민들은 실망하고 있다. 유 시장은 시민정서상 납득이 안 되는 특별 전입인사 의혹에 대해 직접 나서 말해야 한다.
관계기관은 막 출범한 세종시가 특권과 반칙을 일삼는 지방자치단체라는 오명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 몇 명이 세종시 전입 지원을 희망했는지, 또 다른 특채 또는 특채전입은 없었는지 여부도 밝혀야 한다.
형법상 '업무 방해'는 물론 '절도'로도 해석할 수 있는 신문 무단폐기를 지시한 관계공무원에 대해서도 그에 상응하는 행정 책임을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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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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