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산부인과 간판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조호진
몇 해 전, 건강검진 때 자궁 검사를 앞두고 간호사가 물었다.
"성 관계 경험 있으세요? 혹시 처녀막 찢어질 수 있는데, 검사 하실래요?"순간적으로 처녀막이란 단어가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나한테 묻고 싶은 게 뭘까, 짧은 시간 한꺼번에 물음이 쏟아졌다.
'처녀냐고 묻는 건가. 꽤 아플 것이라고 예고하는 건가. 처녀막이 있느냐고 묻는 건가. 어리니까 처녀여야 한다는 건가... 등'그리고 뭔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불쾌했다. 대상화 되는 기분이기도 했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느낌이었다. 나에게 선택지가 있는가, 날 비난하는 것은 아닌가, 괜히 그랬다. 꼭 단어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바로 그 검사는 안 한다고 했지만 나의 거절에 대해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내가 처녀라고 생각할까? 내가 겁이 많아서 못한다고 생각할까? 처녀막이 찢어지는 걸 두려워한다고 생각할까? 그나저나 왜 그걸 물어본걸까?' 나중에 알았다. 삽입성교 경험이 없으면 질초음파 과정에서 심리적인 위축감과 실제 통증이 있을 수가 있는 점, 그리고 질주름(처녀막이란 표현, 잘 생각해보면 꽤 불쾌한 거다. 막이면 막이지 웬 처녀막? 맘껏 비웃고 싶다! 특히 병원에서 그 표현 쓰는 건 더 아니다)이 찢어질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유때문에 묻는 것이었다.
아…너무 거칠다. 그 정보를 알고 싶었다면 조금 더 질문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해줘야 했던거 아닌가.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그때 수치심과 당혹감 때문에 궁금한 것을 바로 물어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올해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본 1000명의 여성들에게 산부인과 이미지, 경험, 불편했던 말 등을 포함해 산부인과 이용실태에 대한 설문을 진행했다. 50%가 넘는 여성들에게 산부인과란 곳은 한마디로 "가기 싫은" 곳이었다. 나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성인 여성들은 산부인과 하면 다음과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다며 가기 싫다고 말했다.
"왠지 수치심을 느껴서, 부끄러워서." "몸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내 스스로 나를 조절 못해서, 기구와 의자가 무섭다." "누구나 쉽게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이름부터 부인과임." "남자랑 같이 가는 게 아니면 주변 시선이 좋아 보이지 않음." "평범한 이유에서 가도 내원 사실 자체가 오해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이 불만이다." "죄 짓고(섹스를 했다는 것 자체)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병원의 미용 목적 홍보들이 거슬림, 차가운 기계를 몸 속에 집어넣는 것, 권위적인 의사와의 만남이 싫다.""육체적 고통이 아닌 심리적 고통이 동반되는 곳, 갈 때까지 맘을 크게 먹어야 함."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곳은 아닌 듯, 진료자세 때문에 돼지 바비큐가 된 느낌이다." "설명은 안 해주는데 다짜고짜 질초음파 했던 불쾌함 때문에.""혼전에 산부인과 들어갈 때 뭔가 눈치 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함, 질병에 대한 두려움."산부인과 가는데 생각이 많아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