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서울고등법원, 서울가정법원이 모여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건물.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렇다면 과연 성격차이만으로 이혼을 할 수 있을까요.
두 가지 경우를 나누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부부가 갈라서기로 합의했을 때입니다. 부부가 이혼에 합의했다면, 이유가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안 맞아서 못 살겠다는데요. 이때는 협의이혼을 하면 됩니다. 협의이혼은 누구 잘못으로, 무슨 까닭으로 이혼하는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즉 협의이혼으로는 성격차 이혼이 가능합니다.
만일 한쪽은 이혼을 원하는데, 다른 한쪽은 원하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아니면 양쪽 다 이혼을 원하더라도 서로 상대방에게 가정 파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는 복잡합니다. 재판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가정법원에서 이혼할 만한 사유가 있는지, 누가 이혼에 책임이 있는지 법정에서 따져봐야 합니다. 이걸 법에서는 '재판상 이혼'이라고 합니다.
재판상 이혼은 아무 이유로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민법에는 이혼소송을 걸 수 있는 사유 6가지가 나옵니다.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니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원인) 부부의 일방은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1. 배우자에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2. 배우자가 악의로 다른 일방을 유기한 때3. 배우자 또는 그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4.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5. 배우자의 생사가 3년이상 분명하지 아니한 때6.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쉽게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1호는 외도를 뜻합니다. 2호는 부부간 동거·부양의무를 저버린 경우이고, 3호와 4호는 아내(남편)가 남편(아내)에게, 장모(시부모)가 사위(며느리)에게 폭행이나 학대 등을 당한 경우를 생각하면 됩니다.
법만 놓고 보면 성격차이는 이혼 사유가 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요? 그렇긴 합니다만, '6.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기타 사유')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법원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법원에서 '기타 사유'로 인정한 사례는 배우자의 파렴치범죄(성범죄 등), 합리적 이유 없는 지속적인 성관계 거부, 알콜중독, 지나친 신앙생활, 지나치게 가부장적인 태도 등이 있습니다. 이것도 결혼생활을 더 이상 못할 정도로 심각해야 합니다.
성격차와 관련된 판결을 찾아봤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보니 "부부쌍방이 상호 이성으로 돌아가 가정을 지속하고 자녀를 양육하고자 노력하여도 부부간의 성격차이와 불화를 극복하고 애정을 되찾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단정되는 경우"에 이혼이 가능하다면서 성격차 이혼청구를 기각(원고패소)한 판례가 있네요.
정반대의 판결도 있었습니다. 성격차이로 불화가 시작되어 아내가 근거없이 이성관계를 의심하고, 남편을 비방하는 투서를 내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도를 하는 등 결혼생활이 어렵자 남편이 소송을 냈는데요. 법원은 더 이상 혼인유지가 불가능하다며 이혼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성격차 이혼에 관한한 법원의 판단은 비교적 엄격한 편입니다. 즉 단순한 성격차이는 이혼사유가 될 수 없으며 폭행, 부당한 대우, 외도 등으로 이어지거나 더 이상 혼인이 유지되기 어려운 정도가 되어야 이혼 사유가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혼방식은 '협의이혼'과 '재판상 이혼' 두 가지 정리해보겠습니다. 법에서 정한 이혼 방식은 협의이혼과 재판상이혼, 두 가지입니다. 협의이혼은 부부가 갈라서기로 의견일치를 보았을 때 법원이 최종 확인을 해주는 절차이고, 재판상 이혼은 법에서 정한 이혼 사유(6가지)가 발생했을 때 소송을 통해 이혼을 하는 것입니다. 도움이 되셨나요. 세 번째 글부터는 여러분의 고민을 본격적으로 파헤쳐보겠습니다.
남편들에게 드리는 여담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직장생활에 힘든 남편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아내의 날카로운 성격 때문에 같이 살기 힘드시다고요?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혹시 이건 생각 안 해 보셨나요. 집안일에 무관심하고 허구한 날 술에 찌들어 살면서 가족이 어떻게 사는지 관심도 없고, 자기 힘든 것밖에 모르는 남편의 무심한 성격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내는 어떨까요. 피장파장, 피차일반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씩, 아니 자주,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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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를 시작한 후 일부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알려드립니다. 저는 변호사가 아니고, 유료상담이나 전화나 면담을 통한 상담도 일절 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중들과 법률 기사로 소통하기를 원하는 법조전문 시민기자이자 법원공무원입니다. 저는 연재를 통해 이혼을 권장하거나 조장하고픈 의사도 없으며 글을 통해 여러분과 이혼 문제를 터놓고 고민해보자는 것이 오로지 이 연재의 목적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 현재 이혼 문제로 고민 중이거나 부부생활과 관련된 궁금한 점, 그밖에 부부문제, 자녀양육의 법적 상담이 필요하시다면 저에게 연락주십시오.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결혼을 앞둔 남녀의 고민도 환영합니다. 단 소송중이거나 개인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건은 사양합니다. 최대한 자세한 정보를 주셔야 답변에 도움이 됩니다. 여러분의 비밀은 지켜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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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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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서는 연예인들, '성격차' 내세우는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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