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독도를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독도 주민 김성도·김신열 부부 등을 만났다.
청와대 제공
여기에 또 한 가지 주목할 사건이 있다. 연일 스포츠 애국주의를 좇던 방송사와 보수신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10일 독도 깜짝 방문을 '역대 대통령 최초 방문' 또는 '헌정사상 최초 독도 방문'이라며 극찬했다. 선정적인 제목과 드라마 같은 이미지를 경쟁적으로 내보냈다. 권력과 언론이 입체적으로 만들어 낸 '깜짝쇼'라는 비판을 받을 만했다.
타이밍 또한 절묘했다. 한국과 일본의 올림픽 축구 동메달 결정전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엄청난 혈세를 쏟아 부으며 조성한 4대강 곳곳이 녹조로 뒤덮여 국민의 생명과 환경을 위협하고 있는데도 이는 외면한 채 독도를 택한 이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사저의혹 특검, 언론사 파업 청문회, 새누리당 박근혜 의원의 BBK 관련 발언 무혐의 처분 등 굵직한 이슈들도 올림픽 환호와 함께 지면과 영상에서 멀어져갔다.
그렇다면 보수신문과 방송들은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 것일까? 언론사 내외부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상업주의와 시청률 지상주의가 깊이 뿌리 내린 때문이다. 언론이 흥미위주의 스포츠나 오락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이유다. 그러면 그럴수록 독자와 시청자들은 중요한 문제에 무관심해져 사회적·정치적 참여를 외면하게 된다.
'국가·애국주의 이데올로기' 가득... 이유는?언론이 제공하는 스포츠나 오락에 탐닉하여 국민들이 공공문제 해결에 무성의하거나 대선과 같은 중대 선거를 앞두고 참여와 관심을 회피한다면 이는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칫 국민을 우민화, 또는 순응주의에 빠져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군사정권시절 3S(스포츠·섹스·스크린)를 '우민화 정책'의 도구로 활용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도 TV와 인터넷 등에서 '3S'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상업주의 원칙과 문화적 순응주의에 길들여져 온 탓이 크다. 게다가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국가주의와 애국주의까지 곁들여져 있다.
잘 듣고 다시 보라. 올림픽저널리즘의 기사 한 줄, 멘트 하나에도 국가와 애국주의 이데올로기가 가득 묻어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올림픽은 국가대항전이자 거대한 광고대항전이기도 하다. '공식후원'이란 광고문구와 함께 '한국', '대한민국', '우리'라는 단어와 멘트가 유난히 넘쳐난다. 이 기간 동안 광고에 많은 영상과 지면을 아낌없이 할애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지상파방송과 보수신문들은 MB정권 출범 초기부터 줄곧 '한편'이란 소릴 들어왔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 부은 4대강 곳곳에서 냄새가 진동하고, 심지어 간암을 유발하는 남조류 독성이 넘치는데도, 경비용역업체에 노동자들이 폭행을 당해 피와 눈물을 흘리는데도,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공천헌금 비리로 얼룩져 있는데도 모른 체하며 스포츠 애국주의에 열을 올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들이 숨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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