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가 빠지면 짜장면이 아니다. 그릇 아래에도 숨어있는 돼지고기의 유혹들.
나영준
정말 맛나다. 짜장이 센 불에 진하게 볶아졌고, 면이 떡처럼 엉겨 붙지 않고 찰랑 거린다. 진한 짜장과 아삭한 채소가 입 안에 듬뿍 넘치자 행복감이 마구 밀려든다. 과하게 달지도 않아 좋다. 불 맛 제대로 살아있는 간짜장 면이다.
그리고 면 사이 씹히는 단백질 덩어리들. 돼지고기다. 간짜장 정도면 돼지고기가 들어가야 하지만, 가뭄에 콩 나듯 하는 것이 현실. 그런데 아끼지 않고 씹어도 될 정도로 넉넉하다. 평소 밥보다 짜장면을 좋아하는 나이 지긋한 친척 분이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요즘 짜장면은 다 가짜야. 짜장면은 돼지고기, 특히 비계 부분이 씹혀야 제 맛이지. 가격은 올릴 거 다 올리면서 어떻게 된 게 고기구경을 할 수가 없어. 모름지기 짜장엔 돼지고기가 뭉근하게 함께 씹혀야 제 맛인 거야."매운 짜장면도 먹어본다. 눈으로 본 빛깔은 간짜장과 같다. 맛도 비슷한 가…, 생각하는 순간 적당한 매콤함이 올라온다.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맵다. 별미다. 이 가격에 4천원이면 너무 착하다. 고추를 넣었나 싶었지만, 안주인은 "그러면 맛이 텁텁해진다"고 한다. 영업상 비밀도 여기까지만 묻기로 한다.
먹다보니 양이 많다. 원래 짜장면을 먹으면 옆 테이블의 군만두나, 짬뽕, 볶음밥, 탕수육 등을 훔쳐보기 마련인데, 그런 생각이 안 든다. 따로 곱빼기를 안 시키고 "양 좀 많이 달라"는 주문들에 주인은 그러라며 선선히 웃는다. 남편은 조리를 하고, 아내는 서빙을 맡는 전형적인 부부식당이다.
가장 착한 3천 원짜리 일반 짜장면도 맛나다. 부드러운 짜장을 원하는 이들이 좋아할 맛이다. 돼지고기는 물론 간짜장에는 들지 않은 감자가 풍성히 씹힌다. 간짜장과는 다른 정확한 옛날 짜장이다. 일반 짜장과 간짜장 맛이 구분 안 되는 몇몇 업체는 반성해야 한다. 굳이 고르라면 천 원을 보태 간짜장이나 매운짜장으로 업그레이드를 권하지만 선택은 자유다.
가끔은 칼로리나 영양소에 압박받지 않는 식사가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