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정월대보름 군산시 중동 용왕제 상차림과 돼지머리.
조종안
용왕제는 옛날부터 전승되어온 의례로, 군산 째보선창 선주들은 대부분 매월 초사흘마다 고사를 지냈다. 섣달그믐, 설날, 추석, 정월 대보름 등 명절에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만선을 했을 때, 배가 자주 고장 날 때, 선주나 선장 몸이 아플 때도 어부들의 불안을 덜어주는 길일을 잡아 고사를 지냈다.
잡귀를 물리치고, 만선을 기원하는 화려한 오색기(五色旗)가 눈길을 끈다. 오방(동·서·남·북·중앙), 오감(단맛·신맛·쓴맛·매운맛·짠맛), 오곡(쌀·보리·콩·조·기장) 등을 상징하는 오색기는 친척과 친지들이 어부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하나씩 걸어주었다.
나 대표는 "황진호를 진수하던 시절 오색기 하나에 5000원씩 했으며, 배를 진수하거나 출어할 때 동업자(어민)들도 하나씩 걸어주었다"며 "당시 5000원은 적잖은 금액으로 개업집이나 결혼식에 축하 화환을 보내고 상가에 조화를 보내는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어부들이 선왕신(船王神)으로 모셨던 명태고사 지낼 때 빠지지 않는 게 있는데, 명태(북어)와 실타래이다. 특히 명태는 해독작용이 뛰어난 생선이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애주가들은 해장국을 즐겨 끓여 먹었으며 농약이나 연탄가스에 중독됐을 때, 독사에 물렸을 때도 명태로 독을 제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