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간의 농가체험을 마친 뒤 해산을 앞두고전북 장수군 장계면 남덕유산 자락 600미터 고지에 자리한 전희식씨의 농가에서 열흘 간의 농장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이 귀농운동본부 관계자, 농장주이자 지도강사인 전희식씨 등과 함께 단체 기념촬영을 하며 밝은 표정들을 지어보이고 있다.
김혜정
"유월이라 늦여름되니 소서 대서 절기로다. 큰비가 자주 오고 더위도 극심하다. 풀과 나무가 무성하니 파리 모기 모여들고, 땅 위에 물 고이니 참개구리 소리 난다. 봄보리 밀 귀리를 차례로 베어 내고, 늦은 콩 팥 조 기장을 베기 전에 심어 놓아, 땅 힘을 쉬지 말고 알뜰히 이용하소.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 뿐이로다."
조선 헌종 때 정유학이 쓴 농가월령가 '육월령(六月令)'에 읊은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 음력 6월은 소서, 대서는 물론 삼복이 들어 있어 일년 중 가장 무더운 달이다. 정유학의 농가'월령가'는 음력 6월을 '긴긴 해 쉴 새 없이 땀 흘려 옷이 젖고, 숨 막혀 기진할 듯한' 노역을 요구하는 때로 정의하기도 하였다. 또, 오늘날의 매스컴에서는 108년 만의 더위라 하여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와 열대야에 관한 폭염특보가 넘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전국의 이름난 농가를 찾아 모여든 젊은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바로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주관한 '귀농을 꿈꾸는 청년을 위한 10농가 100일 프로젝트, 100일 청년귀농학교(이하 100일 청년귀농학교)' 학생들이다. 100일 청년귀농학교는 만 40세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귀농본부가 추천하는 10개 농가에 10일씩 머무르며 농사일을 돕고 배우며 공동체 생활을 체험하는 100일 간의 열열 프로젝트다.
지난 6월 5일부터 14일까지 10일 간, 경북 상주 최한실 선생이 이끄는 '푸른누리' 공동체에서 '채취농과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이어 6월 17일부터 26일까지는 역시 상주의 향유네(박종관) 농가에서 '귀농길라잡이'를 배우고 난 뒤, 충남 괴산의 '유기양계 마을 공동체'(6월 26일~7월 5일)를 거쳐서 홍성의 금창영씨 농가에서 열흘 간 '제철 꾸러미 농사와 지속가능한 마을을 위한 청년의 역할'(7월 11일~7월 20일)을 습득한다. 이후 무더위가 절정을 이룬 7월 27일부터 8월 5일까지 열흘 간, 체험 현장으로 전북 장수군 장계면 명덕리의 전희식선생의 농장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7월말 8월초(7월 말부터 8월 초까지)'라하면 일년 중 하절기 무더위의 절정인 시기다. 온 국민이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바다로 떠나기에 급급한 때가 아닌가! 이렇 듯 열열(熱熱)하게 무더운 때에 100일 청년귀농학교는 농가실습 현장인 전북 장수에서 만난 13인의 귀농희망 도시청년과 함께 열열 귀농체험을 하였다. 지금부터 열열한 그들의 열열한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자.
'시골살이에 필요한 문화, 공동체, 심신수행과 자립생활'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 남덕유산 자락 600미터 고지에 자리한 전희식씨의 농장을 찾아든 이는 모두 13명이다. 앞서 귀농본부가 제공한 참가자 기초 인적사항에서 알 수 있듯, 10대 소년 1명과 20대 2명을 제외하면 거의 30대 중·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청년들로 구성돼 있으며 서울, 인천, 대구, 전주, 군산, 성남, 평택 등 대도시와 중·소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도시인들이다.
이들의 직업과 경력도 다채롭다. 정보통신 종사자, 학원강사, 무역업, 전자공학도, 컴퓨터 전공의 대학원생, 조리학과 출신, 사회복지사, 농업대학졸업생, 유럽 유학을 다녀온 전산 전문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은 10대 소년까지...
처음에는 크고 작은 갈등이 없지 않았지만, 열흘 동안 주어진 시간이 갈수록 대자연 속에서 어울려 땀흘려 일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은 농촌의 농가 현장에서 감자캐기와 풀매기, 종자심기, 미생물 발효시키기, 액비주기, 집고치기 등 귀농에 필요한 농사기술과 단체노동의 값진 체험을 쌓아가는 동안, 이들은 공동체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자연스럽게 터득하여 스스로 조화를 이루며 마침내 한 덩어리가 되어갔다.
뜨거운 칼라 강판 지붕 위의 도시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