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을 매우 좋아했던 티베트 친구.
오상용
시가체에서 에베레스트로 향하던 어느 날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더운 날씨에 밥조차 먹지 못한 채 5시간 동안 죽음의 라이딩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쉬퍼에게 "이 미친듯한 더운 날, 어떻게 밥 좀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하소연했고, 내 고민을 들은 쉬퍼는 한결같은 미소로 "파서블, 파서블(Possible, possible)"을 외치며 트럭을 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얼마 가지 않아 길 한 쪽에 차를 세우고, 최고의 공간을 찾았다는 듯 빨리 오라며 손짓을 하는 쉬퍼가 보였다. 하지만, 쉬퍼가 찾은 공간은 내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그가 찾은 텅빈 공간을 보며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쉬퍼에게 다가갔다.
"멋지지? 여기서 좀 쉬다 가는 거야.""이게 뭐야... 이런 공간은 어디에도 있다고...""응? 여기는 돌도 있고, 멋진 풍경도 있어. 여기서 밥도 지어먹고 창도 한잔하는 거야!""음... 먹는 건 좋은데..."마치 최고의 휴식공간을 찾았다는 듯 즐거워하는 쉬퍼의 모습에 우리는 그 자리에서 쉬었다 가기로 했지만, 그곳을 명당이라고 얘기하는 쉬퍼의 생각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배고프다는 내 말에 식사준비를 서두르는 쉬퍼. 한국에서 공수해온 햇반과 비상식량을 꺼내며 내게 다가와 정말 멋진 식사와 휴식이 될 거라는 듯 윙크를 하며 미소를 날렸다.
푸른 하늘, 그리고 내게 손짓하는 하얀 뭉게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