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운데 있는 전봇대. 전봇대는 국가 재산이기 때문에 개인이 함부로 자르거나 훼손해선 안된다. 간혹 지붕을 뚫고 나왔거나 집 빈틈이 전봇대가 들어선 곳들이 있다.
김대홍
1970년대를 거치며 나무전봇대는 눈에 띄게 사라졌다. 초가와 기와집이 사라지는 것과 맥을 같이 했다. 나무전봇대는 구시대의, 사라져야 할 유물이었다.
1980년대 새롭게 나타난 신도시나 시내 중심가에선 아예 전봇대를 없애기까지 했다. 그렇게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나무전봇대를 없애려는 시도가 1950년대부터 이어졌으니 벌써 60여 년이다. 이제 드문드문 사람들 발길, 눈길 드문 곳에 나무전봇대가 살아남았다. 나무전봇대가 살아남았다는 건 그 동네가 세상사 변화의 바람에서 한 발 비켜 서 있었다는 증거다.
늑대나 여우가 이 땅에서 사라진 것처럼 나무전봇대가 사라지는 것도 당연한 순서이자 운명이었다. 이미 사람들은 불편하게 여겼고 더 나은 대체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무전봇대가 늑대나 여우처럼 아예 멸종하지 않은 건 먹이를 찾아 떠돌아다니지 않으니 사람들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가끔씩 골목길을 다니다 나무전봇대를 보면 참 잘 숨어 있었다는 생각과 함께 그 전봇대를 숨겨준 동네를 같이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나무전봇대처럼 이 동네 또한 사람들 시선에서 많이 떨어져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얼마 전 그리스의 오래된 마을을 소개한 TV 프로그램에서 나무전봇대를 보곤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역사가 꽤 오래 됐다고 하는 그 동네는 관광객들도 찾아오는 관광지였다. 우리나라에선 40~50년만 그대로여도 낡은 동네로 치부되며 재개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데, 유럽은 정반대다.
이제 몇 개 남지 않은 나무전봇대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시장 사회에선 귀하면 가치가 높아지는 것처럼 어느 순간 나무전봇대의 가치에 대해 새롭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나무전봇대를 품은 동네에 대해서도 다시 평가하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나무전봇대를 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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