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만 시행되던 차없는 거리가 확대돼 일부 구간은 평일에도 차량이 통제된다.
김희진
"또 누구 하나 죽어야 그때서야 들어주겠죠. 차 없는 거리 때문에 상인도 죽고 보행자도 죽어나가야 바뀌려나 봅니다."
서울 인사동에서 필방을 운영하는 김성훈(가명)씨는 유턴을 하기 위해 방향을 트는 차량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혀를 찼다. '차 없는 인사동 거리' 군데군데 택배 트럭, 봉고차 등이 어지럽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씨는 "차 없는 거리가 시작되면서 매출이 절반가량 떨어졌다"면서 "안 그래도 경기가 어려운데 정부는 왜 장사하기 힘든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 없는 거리 정책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인사동길 일부 구간은 평일에도 차량 통행이 금지됐다. 안국역에서 인사동으로 연결되는 북인사 마당 초입에서 수도약국까지 약 230m 구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부 조업차량을 제외한 일반차량의 출입이 통제된다.
한결 깨끗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거리, 그러나... 지난 1일 수요일 오후 12시, 북인사 마당 초입에서 수도약국까지 230m 구간은 제법 한산한 풍경이었다. 인사동을 찾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차 없는 거리를 확대 시행하고 작년 9월 노점상 16개를 인사동 네거리 남측으로 이전시킨 결과였다. 1년 전과 비교한다면 해당 구간은 확실히 깨끗하고 여유로워 보였다. 보행 공간이 넓어져 거리를 오가느라 옆 사람과 어깨를 부딪친다거나 하는 일은 찾기 어려웠다. 북인사 마당에 북적이던 관광버스나 관광객들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230m 구간에는 고미술품점, 화랑, 표구사, 필방, 기념품 가게 등 총 98개의 업소가 분포돼 있다. 김씨를 비롯해 해당 구간에서 만난 상인들은 하나같이 "평일에도 차를 못 들어오게 하니 장사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씨는 "주변 상인들과 함께 구청에 몇 번이나 민원을 내고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전혀 말을 들어주지 않더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해당 구간에서 공예품점을 운영하는 최승주(가명)씨는 "예전에는 해외관광객들이 주고객이었는데 요즘엔 너무 뜸하다"며 "차 없는 거리가 확대 실시되면서 매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관광 차량이 인사동 북쪽 입구에 들어올 수 없으니 아래쪽에 주차할 수밖에 없다"며 "아래서 구경하던 손님들이 위까지 올라와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또 "거동이 불편한 분이나 무거운 물건을 사는 손님의 경우 차가 필요한데 차가 들어올 수 없으니 단골 손님도 끊긴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