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후보가 지난 7월 28일 오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권우성
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계파인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가 지난 7월 31일 벌인 대선후보 지지투표에서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 대표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각자 한 명씩 지지후보를 적어내고, 최하위 득표자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방법으로 표결한 끝에 손 전 대표가 1위로 뽑혔지요. 그러나 그는 가결요건(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충족시키는 수준은 못됐습니다. 결국 민평련은 공식적인 지지후보를 내지는 않기로 결정했고, 다만 1위 후보는 손학규 전 대표였다고 공개했습니다.
탈락 순서는 정세균, 김두관, 문재인 후보 순이었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빅5 가운데 가장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의원은 왜 손 전 대표보다 후순위로 밀렸을까요? 민평련 회원들은 어떤 고민 속에서 이런 결정을 이끌어냈을까요?
최규성 민평련 회장에게 물었습니다. 최규성 회장은 왜 회원들이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잠깐 들어보실까요?
"우리 회원들이 처음에는 김두관 후보 쪽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어요. 그런데 토론을 해보니까 막상 준비가 많이 미흡하다, 이런 판단을 내린 것 같아요. 그리고 김두관 후보가 기대 만큼 안 뜨고. 사실 그것도 영향이 있지요.그런데 몇 차례 토론한 끝에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어요. 손학규 전 대표가 정치, 경제, 통일 등 다각적인 분야에서 준비가 많이 돼 있구나, 판단하는 것 같았습니다. 콘텐츠 경쟁력이 가장 높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1위를 하게 된 것 아닐까요?"민주통합당 내부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서는 왜 이런 평가가 나왔느냐고 다시 묻자 최 회장은 한동안 말을 멈추었습니다.
안철수는 밖에 있고, 2등이 역전하는 드라마라도? 실제 민평련 내부에는 두 가지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예비경선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뭔가 새로운 감동적인 드라마가 펼쳐지지 않으면 주목받기 어려우니 '2등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친노 프레임에 갇혀 그 선을 넘지 못하는 문재인 후보로는 표의 확장성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에 차라리 '2등의 역전 드라마'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주목받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입니다.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밖에 진치고 있는 한 민주통합당의 후보는 2등인데 그럴수록 지지율 1위 후보인 문재인 의원을 더욱 적극적으로 밀어서 당의 후보로 우뚝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라는 겁니다.
양쪽의 입장은 토론과정 내내 갑론을박을 벌인 것 같습니다.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대변인(민평련 회원)은 이번 민평련 결정이 매우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야권 경선의 흥행몰이를 위한 또 하나의 선택이었다는 것인데요. 우선 우 원내대변인의 말을 들어보시지요.
"안철수 원장이 당밖에 있으니 민주통합당 경선에 국민적 관심이 멀어졌지요. 아니, 사실상 관심을 끌기 어려운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이번 대선경선에 팽팽한 긴장감을 갖게 함으로써 전체 대선 판도에도 흥미로운 변수를 제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게 결정된 후보가 안 원장과 붙을 때 대선전은 더욱 후끈 달아오르지 않을까요?"우원식 원내대변인의 말을 요약하면 "안철수만 홀로 독주하면 무슨 재민겨?"였습니다. 민주통합당의 후보와 어깨를 겨누는 수준이 돼야 상호경쟁 속에서 붐을 일으킬 수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지요.
실제 안 원장의 책 <안철수의 생각>은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 중에 출간됐습니다. 직후 SBS 간판 예능프로인 <힐링캠프>에 출연해 18.7%(AGB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의 시청률을 올렸습니다. 이 기록은 지난해 7월 이 방송이 시작된 이래 최고의 시청률이라고 합니다. 그 자체로 대단한 것이지요.
안 원장이 이렇게 승승장구하는 사이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은 바람 빠진 고무풍선처럼 힘이 쫙 빠졌습니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들의 지지율이 안 원장으로 건너갔다는 분석도 빠짐없이 나왔습니다. 자연스레 민주통합당의 대선경선 분위기는 침울해질 수밖에 없지요.
지난 28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대선주자 예비경선 마지막 합동토론회는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뽑는 자리였지만 신바람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지지자별로 각자 응원할 뿐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을 진지하게 지켜보는 이른바 '일반시민'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당내 재야운동권그룹인 민평련 회원들은 어떻게 하면 당내 경선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충분히 고민할 수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그 결론이 어쩌면 '2등의 역전 드라마'였을 수 있지요.
'한나라당에서 건너온' 손학규... 5년간의 주홍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