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 7월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문표절과 부동산투기, 업무추진비 과다지출, 장남 병역 등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하다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남소연
이 뉴스를 읽으면서 문득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랐다. 현병철. 그가 누구인가. 현재 연임 논란에 휩싸여있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다.
모르가넬라 선수의 '특정 국민의 지능이 떨어진다'거나, '사람을 패겠다'는 트위터 글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러나 현 위원장의 발언에 비하면 강도가 약하다.
현 위원장의 반인권적 발언은 '직구'와도 같다. 그는 자라나는 예비법조인들 앞에서 친절하게 다문화 사회가 되었다고 설명하며 그 증거로 "깜둥이도 같이 산다"고 말했다. '살색'이라는 이름이 인종차별적이라며 '살구색'으로 바꿔달라는 청원을 초등학생이 하는 시대인데, 부끄럽게도 인권기구 수장은 과거로 회귀한 것이다.
이게 끝이 아니다. 그는 칭기즈칸의 후예인 몽골 학생들을 앞에서 "야만족이 유럽을 200년이나 지배한 건 대단한 일"이라고 설명해 곤욕을 치렀다. 인권위 직원들 앞에서는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당당히 외치기도 했다.
'깜둥이', '야만족', '독재'... 그는 아직도 인권위 13층 집무실에서 일하는 중이다. 또 앞으로 몇 년 더 할지 모른다. 청와대가 그를 연임시키기로 했기 때문이다. 뭔가 이상하다. 누구는 '패고 싶다'는 말 한마디 때문에 국가대표 선수에서 바로 퇴출 당하는데...
아, 맞다. 여긴 스위스가 아니라 한국이지.
스위스와 한국의 차이? 아무리 그래도...하긴, 우리 사회에서 반인권적 발언이 용납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춘향전을 "변 사또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라 말한 경기도지사는 당당하게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아나운서가 되려면 다 줘야 한다"던 전 국회의원도 동료 의원들끼리 똘똘 뭉쳐 지켜준 바 있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아닌 건 아닌 거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자리는 국가인권위의 수장이다. 인권위는 국적과 권력에 상관없이 인권 문제에 누구보다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보루다. 이런 곳의 수장이라면 남들이 지나치다 할 정도로 인권감수성이 예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예민하기는커녕 오히려 인종을 비하하고 차별을 용인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인권위원장 자격이 있을까. 오죽하면 인권위 직원의 90%가 '현 위원장 재임 이후 인권이 후퇴했다'고 답하고, 국제 앰네스티가 나서 그의 연임에 우려를 표명했을까.
어쨌든 한국인을 모욕한 모르가넬라 선수는 퇴출됐다. 사필귀정이다.
나는 모르가넬라 선수의 발언에 분노하고 항의했던 시민들과 네티즌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한국에도 모르가넬라가 있다고. 서울 한복판인 중구 을지로 1가 국가인권위원회 13층에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