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재정부에서 지난 6월 발표한 '201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에서 한국수자원공사(수공)는 'A등급'을 받았다. 김건호 사장도 기관장 평가에서 'A등급'을 받으며 올 7월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8년 19.6%(1조9623억 원)에 불과했던 수공의 부채비율은 2011년 116.0%(12조5809억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투자비 8조 원에 이르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뛰어든 결과였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를 결정했던 내부 주역은 김건호 사장이다.
그런데도 수공과 김 사장이 경영실적 평가에서 각각 A등급을 받자 일각에서는 '보은평가'라는 지적이 나왔다.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참여한 대가로 받은 A등급이라는 것이다. 특히 평균 부채비율 20%의 건실한 공기업을 3년여 만에 빚더미에 올려놓은 김 사장 등에는 '업무상 배임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2.8조원 선투자에서 8조원의 직접투자로 변경정부는 지난 2009년 6월 8일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을 확정해 발표했다. 한반도 대운하가 국민의 강한 반대에 부딪치자 '4대강 살리기'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29일 "임기 내에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국민의 불신은 여전했다.
4대강 살리기 마스터 플랜이 확정되자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국토해양부는 지난 2009년 6월 12일 수공에 "한국형 녹색뉴딜사업인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시행과 관련하여 귀공사에서 시행할 사업내용을 붙임과 같이 통보"하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 딸린 '4대강 살리기 사업 내용(수공 소관)'에 따르면, 정부는 수공에 댐(1조2056억 원), 홍수조절지(2785억 원), 하천(1조2874억 원) 등 총 2조7715억 원 규모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위임했다. 여기에는 한강의 강천보, 낙동강의 함안보·강정보 건설이 포함돼 있다.
특히 국토해양부는 이 공문에서 "국가사업비 보전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보전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부가 국가사업비 보전방안도 제시하지 않은 채 수공에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선투자하라고 지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2조2458억 원의 경인운하(아라뱃길)사업에 이어 2조7715억 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까지 맡을 경우 수공의 부채비율은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이후 정부는 수공이 8조 원을 투자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직접 시행하도록 했다.
수공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참여 과정을 추적해온 국회의 한 관계자는 "처음에는 2조7715억 원을 선투자하라고 했는데 그것은 국가에서 예산으로 보전해 주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하지만 나중에 수공에서 직접 투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고, 그 규모도 5조 원에서 8조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같은 해 9월 15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수공이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직접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단기간에 집중되는 재정 부담을 완화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부자감세' 논란이 커지면서 정부의 예산투입이 어려워지자 수공의 직접 투자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진 지 열흘 뒤인 9월 25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는 수공이 공사채를 발행해 8조 원의 자금을 조달한 뒤 이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안이 최종 확정됐다. 이에 따라 수공은 2009년부터 2012년 6월 현재까지 총 6조7037억 원의 공사채권을 발행했다.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 수공 참여 방안'이 확정되자 수공도 사흘 뒤인 9월 28일 이사회를 열고 4대강 살리기 사업 시행계획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길재 부사장이 불참한 가운데 김건호 사장과 4명의 본부장, 7명의 이사 등 재적 임원 13명 중 12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