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원 시민기자. 열 살배기 아들과 백두대간 종주 중.
서부원
- 먼저 자기소개부터 간단히 부탁드립니다."광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는, 15년차 젊은(?) 교사입니다."
- 시민기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사실 대학 시절 교직에 마음을 두진 않았습니다. 짧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무엇엔가 홀린 듯 '운명처럼' 교사가 됐는데, 막상 학교에서 생활하다보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그렇게 5년여를 보내니 찾아오는 무력감이란…. 갓 서른이 넘어 찾아온 매너리즘을 견뎌내기 위해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고, 일기 쓰듯 홈페이지(지금은 폐쇄)에 올리곤 했는데 바로 그때 알게 된 곳이 <오마이뉴스>였습니다."
- 교사라는 신분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고 기사를 쓰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학교 현장의 문제들을 다루는 기사가 많은데 혹시 좀 '섭섭한' 소리를 듣지는 않나요?"처음 학교에 관한 글을 쓸 때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에요. 제가 소심한 A형이거든요. 그런데 그 전부터 저는 이미 동료교사들에게 '불편한 존재'였어요. 일테면 주번제도를 없애자거나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학급별로, 테마별로 나눠서 가자고 제안하는 등, 솔직히 별생각 없이 기존의 관행에 끊임없이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그 덕분에 영광스럽게도(?) 10년 전 저희 학교 개교 이래 최초로 수학여행을 테마별로 나눠서 갔습니다. 광주교도소로 소풍을 간 전무후무한 사례를 만든 주인공도 접니다. 당시 제자들도 지금 만나면 그 이야기부터 합니다. 그러던 터라, 어차피 '버린 몸'이라는 생각이 기사를 쓰는 데 용기를 불러일으켰다고나 할까요?"
- 시민기자로 활동을 학생들이 알고 있나요? 기사에 등장하는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요?"아는 애들이 많지는 않습니다. 굳이 알리려고 하지도 않고요. 자칫 아이들을 선동(?)한다는 오해를 사기 십상이니까요. 아주 가끔씩 아이들이 토끼눈을 하고 달려와 제 기사를 읽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때마다 '동명이인 아닐까'라며 눙치고 넘어갑니다.
아이들이 <오마이뉴스>를 많이 읽게 해야 하는데, 영업(?)에 도움을 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몇몇 아이들은 되레 뉴스에 나왔다고 기뻐하곤 하더라고요. 이름을 숨기고 또 극도로 표현을 순화하다보니 내용 가지고 아이들이 문제 삼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때리는 것보다, 같이 축구 한 게임 하는 게 더 낫다" - 1월부터 '학생부장 일기' 연재를 시작해, 21편의 기사가 나갔습니다. 한창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하게 불거질 때부터 연재를 시작하셨는데요, 어떤 의도로 시작하게 되신 건가요? "최일선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맞닥뜨려야 하는 담당교사로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15년 교직생활에서 가장 안타까웠던 점이, 현장을 전혀 모르거나 알고도 모른 척하는 '윗분'들의 황당한 대책들만 하달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잖아도 관료주의에 찌들 대로 찌든 교직사회의 숨통을 끊어내는 짓입니다.
적어도 윗분들이 정책을 만들 때 그저 참고자료라도 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와, 내년에 바통을 이어받을 후임 학생부장 교사에게 인계인수할 뭐라도 남겨야 되지 않겠느냐는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업무를 인계인수하는 건, 기실 업무를 위한 마음을 다잡도록 자극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 생생한 경험이 녹아 있어서 독자들의 호응도 좋은 것 같습니다. 둘레의 평은 어떤가요? "동료교사들에게는 내부고발자(?)처럼 인식된 까닭인지 별 반응이 없습니다. 제 '팬'이 돼주신 몇몇을 제외하면 제 글을 읽었다는 얘기조차 거의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되레 다른 지역, 다른 학교 교사들의 격려 쪽지나 문자, 전화를 이따금씩 받습니다. '어찌 그리 내 얘기 같냐'며 고맙다고 칭찬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 체벌에도 반대하시고, 흔한 학생부장 이미지와 다릅니다. 어쩌다 학생부장이 되셨나요?"올 초 학생부 선생님들이 첫 미팅을 하면서 외친 슬로건(?)이 바로 '이미지 쇄신'이었습니다. 체벌, 단속, 얼차려, 몽둥이 등으로 점철된 이미지를 벗고 친근한 교사, 아니 삼촌이나 형처럼 다가서자고 했습니다. 실제 학생부 교사 평균 나이도 30대 중반이었으니까요.
학생부장이 된 이유는 단순해요. 업무분장을 하는데, 학생부장을 맡겠다는 교사가 없는 거예요. 학교폭력이 이슈화된 올 초는 학교마다 학생부장 '모시기'가 엄청 까다로웠다고 해요. 제 성향(?)을 잘 아시는 학교장의 요청도 있었고, 이른바 '막장' 애들과 한번 뒹굴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 덥석 물었어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힘들지만 후회는 없어요."
- 솔직히 때려서 가르치면 편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체벌 없이 가르치는 노하우가 있나요?"'교육은 백년지대계.' 선현들의 말씀 틀린 것 하나 없어요. 그 뜻 그대로 교육은 기다림이에요. 돈에 미친 요즘 세상의 문법으로 번역하면 교육은 '장기 투자'라는 거죠. 눈앞의 변화와 성과에만 집착할 때 반드시 무리수가 따르게 됩니다. 그것이 체벌입니다.
때려서 달라질 아이라면 말로 타일러도 알아듣고, 말로 해서 안 될 아이라면 아무리 때린다고 달라지지 않습니다. 사고뭉치 아이들을 체벌하는 것보다 그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 한 게임 하는 것이 생활지도에 훨씬 더 교육적이고 실효적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너나 잘하라'던 이웃 학교 교장선생님, 잊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