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평화대행진 출발
조은미
나는 제주도의 서부 중산간 마을에서 태어나 20년을 제주에서 살았고, 지금은 서울에서 직장을 다닌다. 강정마을은 이번 해군기지 논란이 있는 후에야 몇 차례 가보았다. 강정 앞바다는 정말 아름다웠고, 강정천에서 아이들은 은어 떼처럼 신나게 놀았다.
강정마을이 해군기지 부지로 선정된 이후, 벌써 5년이 넘었다.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고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벌써 5년째, 생업을 잘 돌보지도 못하면서 반대운동을 해오고 있다. 그 옆을 전국, 전 세계에서 온 평화운동가들이 함께한다.
그러나, 뭐든 시간을 끄는 싸움에는 지치는 법이다. 이번에 제주도에 내려와서 들어보니, 제주도민들은 "어서 찬반갈등을 마무리 짓고, 제주도의 발전을 가져올 '민군복합관광미항'을 진행하자"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고 한다.
나는 서울에서 막 휴가차 내려온 남편과, 제주에 사는 형부를 모시고 서진팀에 합류했다. 월요일 서진팀은 215명이 행진한다. 내 앞에는 정혜신 박사님이 걷고 있었다. 그녀는 뜨거운 햇살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자를 쓰지 않은 채, 환한 미소로 사뿐사뿐 걷는다. 남편은 '해군기지 결사반대'의 노란 깃발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