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부인이 장연 출신입니다

[추풍령에서 도담삼봉까지, 충북을 걷다(23)] 장연면

등록 2012.07.31 10:21수정 2012.07.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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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 마을 얼음골 농가 맛집과 느릅재

 얼음골 농가 맛집
얼음골 농가 맛집이상기

마을로 들어서자 길이 가파라진다. 우리가 점심을 먹기로 한 집은 백양리 박달 마을의 끝 얼음골 농가 맛집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점심을 먹으면서 비도 피하고 잠시 휴식을 취할 예정이다. 맛집에 들어서자 이용희씨가 미리 와 음식을 시켜 놓고 대기 중이다. 고마운 사람이다. 우리는 신발을 벗은 다음 신발 속에 신문지를 구겨 넣는다. 신문지가 물을 흡수해서 신발이 조금이라도 보송보송해지길 바라서다.


방으로 들어가니 농가 맛집답게 지칭개 약초 오리백숙과 나물이 한상 차려져 있다. 다들 배고파 맛있게 먹는다. 이곳 박달 마을에는 흙사랑 영농조합이 있어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 많다. 유기농법으로 생산한 재료를 사용하니 맛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점심을 먹으며 우리는 앞으로 갈 길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창밖으로는 계속해서 비가 내리고 있다.

 느릅재
느릅재이상기

점심을 먹고 나서 우리는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길을 나선다. 신문지 덕분에 신발이 훨씬 보송보송해졌다. 다들 우비 차림에 느릅재 쪽으로 올라간다. 느릅재(397m)는 박달산(825m)과 주월산(502m) 사이로 넘어가는 고개로 19번 국도가 지나간다. 고갯마루에는 박달산과 주월산 등산 지도가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충주까지는 20㎞밖에 되질 않는다.

느릅재를 경계로 해서 괴산권과 충주권이 나눠진다. 박달산 넘어 방곡과 광진은 행정구역상 괴산군 장연면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충주로 학교를 다녔기 때문이다. 길은 구불구불 방곡을 향해 내려간다. 길 너머로는 백두대간에서 갈려진 계명지맥이 이어진다. 계명지맥은 조령산성 북암문에서 지릅재로 내려간 다음 북바위산과 대미산을 거쳐 충주의 주산인 계명산으로 이어진다.   

간곡을 지나 방곡 삼거리로

 중부고속도로 괴산나들목 너머로 수주팔봉이 보인다
중부고속도로 괴산나들목 너머로 수주팔봉이 보인다이상기

느릅재를 내려오니 방곡저수지가 보인다.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날이 가물어 수위가 낮다. 저수지를 지나 방곡리 간곡 마을로 내려가면서 보니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나들목이 보인다. 그리고 그 너머로 수주팔봉의 여덟 봉우리가 구름 아래로 분명하게 보인다. 방곡리라는 행정리 명칭은 1914년 생겨났다. 이 지역의 대표적인 마을인 병방골과 운곡에서 한자씩 따서 방곡리가 되었다.


방곡리의 대표적인 자연 마을로는 간곡, 감나무골, 벌말, 병방골, 안말, 양지말, 새터말, 운곡, 소년골이 있다. 우리는 이중 간곡(間谷) 마을로 들어선다. 간곡의 옛 이름은 샛골이다. 방곡과 운곡 사이에 있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마을 한 가운데는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한 건물에 있다. 고개를 넘어서 그런지 비가 좀 잦아들었다.

 방곡 삼거리
방곡 삼거리이상기

간곡에서 방곡으로 가는 길은 최근에 4차선으로 넓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2차선의 옛길을 따라 방곡삼거리로 걸어간다. 방곡삼거리는 충주, 장연, 감물로 갈라지는 교차로로 옛날부터 교통상 중요한 지역이었다. 그래서 면소재지가 아닌데도 상점과 식당, 부동산 중개소와 택배, 다방 등이 꽤나 성업하고 있다. 또 마을 정보센터도 있어 관광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작담과 광진이 무슨 뜻일까?

방곡 삼거리에서 우리는 충주로 가는 옛길로 접어든다. 옛길이라야 2차선으로 된 과거 19번 국도다. 최근에 19번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방곡에서 살미까지 도로가 거의 직선화되었다. 그 바람에 19번 구도로는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한가한 길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광진교를 건너 광진리로 가면서 농로를 따라 마을에 잠깐씩 들어갔다 나온다. 가장 먼저 들어간 마을이 작담이다.

 방곡과 작담 사이
방곡과 작담 사이이상기

이름이 하도 요상해서 마을 경로당으로 가 이름의 유래를 들어보고자 했으나, 사람이 없다. 마을을 한참 돌아다니다 사람을 한둘 만났지만, 그들도 역시 작담의 어원을 모른다. 나중에 자료를 통해 확인하니, 작담(鵲潭)이라는 이름이 인근에 있는 까치소에서 나왔다. 그곳 연못에 까치들이 많이 날아왔을 테고, 그것을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까치 작(鵲)자 못 담(潭)자를 쓴 것이다.

작점 마을을 나와 찾아간 곳은 광석 마을이다. 광석은 한자로 쓰면 넓은 광(廣)자 돌 석(石)자가 된다. 마을 뒤에 구기봉이 있으며, 그곳에는 성터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는 스님들이 올라앉아 염불을 하던 너럭바위가 있어 그 이름을 염불암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너럭바위를 한자로 옮기면서 광석이라는 마을 이름이 생겨난 것이다. 광석에는 예로부터 안산김씨들이 많이 살고 있다.

 작담 경로당
작담 경로당이상기

광석(廣石)은 과거 연풍현 수회면에 속했으나, 1914년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광진리가 되고 괴산군 장연면에 속하게 되었다. 광진리라는 이름은 광석과 진대(陳垈)에서 한자씩 따 만들어졌다. 진대는 작담의 서쪽에 있는 마을로 옛날 진터가 있었다고 한다. 그 외 자연 마을로는 무시렁이, 샘골, 신원터가 있다.  

세성1리 경노당의 선소리 때문에 보게 된 탁영대

 광석마을 유래비
광석마을 유래비이상기

광석 마을을 지나 문강교를 건너는데 지원대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살미면 세성1리 경로당에서 묵기로 했는데, 경로당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저녁에 노인회가 열리기 때문이란다. 아니 벌써 한 달 전쯤 사전 답사를 하면서 그곳에 묵기로 약속을 했는데 이제 와서 선소리를 하면 어쩌란 말인가? 기분이 싹 잡친다. 충주의 첫 인상이 썩 좋지 않다.

문강교는 괴산군 장연면 광진리와 충주시 살미면 문강리를 나누는 시군 경계다. 이곳을 넘으면 이제 충주땅이다. 우리는 숙소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나도 살미면에 있는 지인을 통해 숙소 문제를 해결해 보려 노력한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된다. 결국 우리는 문강리에 있는 문강 유황온천 호텔에서 자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오늘 비도 오고 그러니 온천욕을 하면서 몸을 푸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탁영대
탁영대이상기

그럼 오늘 일정이 조금 단축되고, 내일 일정이 조금 길어진다. 우리는 문강사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팔봉로를 따라간다. 팔봉로는 대소원면 매현리에서 수안보면 수회리까지 이어지는 도로다. 문강유황온천으로 가는 도중 내가 가까운 곳에 있는 탁영대(濯纓臺)를 보고 가자고 제안을 한다. 수안보에서 내려오는 석문천에 있는 바위로 물과 어울려 멋진 경치를 보여준다.

탁영대의 탁영은 '갓끈을 씻는다'는 뜻이다. 옛날 선비들이 이곳에서 갓끈을 풀고 마음을 씻는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탁영대가 있는 곳에는 대개 세심대(洗心臺)가 함께 있다. 그러나 이곳에는 세심대가 없다. 서울로 오가던 선비들이나 충주에서 화양동서원을 찾아가던 선비들이 이곳에 들러 쉬기도 하고 시회를 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탁영대를 읊은 시는 찾을 수 없고, 페인트로 쓴 탁영대라는 글씨만 남아 있다.

장연면 출신의 유순택 여사 이야기

 방곡리 대학찰옥수수 재배지
방곡리 대학찰옥수수 재배지이상기

요즘 장연면에서 내세우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대학찰옥수수다. 충남대학교 농과대학 교수를 지낸 최봉호 박사가 2002년부터 고향마을을 위해 옥수수 신품종을 개발해 보급하면서 그 이름이 대학찰옥수수가 되었다. 찰기가 있어 쫄깃쫄깃하고 적당한 당도를 가지고 있어 우리 취향에 맞는 단맛을 낸다. 일반 옥수수보다 가늘고 길며, 색깔도 노란색보다는 미색을 띤다.

대학찰옥수수는 처음 장연면 방곡리에서만 재배되었다. 그것은 다른 품종과 수분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최근 대학찰옥수수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씨앗의 공급량도 늘고 재배지역도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원조는 괴산군 장연면 방곡리다. 방곡리에서는 현재 14명의 농부가 대학찰옥수수 작목반을 구성해 공동으로 생산과 판매를 하고 있다.

그러나 장연면 출신으로 최봉호 박사보다 어쩌면 더 유명한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부인 유순택 여사다. 그녀는 1944년 괴산군 장연면 광진리 진대에서 태어났다. 장연초등학교를 거쳐 충주여자중학교에 진학했고, 충주여고를 다니게 되었다. 1962년 충주여자고등학교 학생회장 자격으로 미국으로 출국하는 반기문 당시 충주고 학생에게 꽃다발을 전해 준 인연으로 두 사람은 알게 되었다.

이후 반기문 총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다녔고, 유순택 여사는 중앙대학교 도서관학과를 다녔다. 이들은 1972년 결혼하여 현재 1남 2녀의 자식과 3명의 손자를 두고 있다. 같은 마을에 살아 유순택 여사를 잘 알고 있는 유회찬씨는, 유순택 여사가 공부 잘 하고 모범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고 전한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어머니도 자식을 공부시키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다고 한다.

유순택 여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취임한 2007년 이래 여성의 권익 신장과 청소년의 건강 증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폐아, 여성폭력, 어머니를 통해 자식에게 전해지는 에이즈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반기문 총장의 임기는 2016년 12월 31일까지다. 그러므로 유순택 여사는 현재 뉴욕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반 총장을 내조하면서, 반총장과 함께 세계적인 이슈의 현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그녀는 그곳에서 삶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고, 살아가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고 말한다.
#장연면 #방곡리 #광진리 #최봉호 #유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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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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