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형배 구청장은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가면서 자기소개서에 "나는 지역주의자다"고 썼다. "자치는 자신의 유전자의 원형질"이라고 과감하게 말하는 그는 요즘 주민참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함인호
-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주목을 받았습니다."비정규직 문제는 '인간과 노동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했습니다. 또 비정규직은 두 가지 해결측면이 있습니다. 첫째는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고, 둘째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광산구청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72명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했습니다. 모두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분들입니다. 지난해 3월 관련 규칙을 제정 공포하고 단계적인 절차를 거쳐 전환하게 됐습니다. 인건비는 연간 약 2억 원이 추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광산구 예산 총액의 0.78% 수준입니다. 임금을 더 준다는 생각보다 적정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지방자치단체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2년 연속 수상했습니다."작년엔 일자리 창출 분야 최우수상, 올해는 매니페스토 분야 주민참여 시책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민선 5기를 시작하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민·관복지연대망 투게더광산' 활성화를 중요한 정책으로 추진했는데 다행스럽게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인간과 노동에 대한 예의'라는 관점에서 단행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은 지역의제가 대한민국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지역자원으로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목적으로 출범했던 '투게더광산'은 광범위한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며 많은 지자체의 복지 롤 모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 2012년 비전을 '주민참여 대표도시'로 설정하셨는데요."2년 동안 구정을 하다 보니 더욱 절감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치가 진보고, 참여가 민주주의'라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자발적인 구정참여와 자치운동이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대입니다. 대의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직접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끌어내고, 참여 민주주의의 현장성을 확보하는 것이 자치공동체 생존의 관건이라는 것이죠. '주민참여 대표도시'는 구정의 기획, 집행, 평가·환류 과정에 주민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도시를 말합니다. 지난 4월 '광주광역시 광산구 주민참여 기본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행정이 주민참여 조례를 주도한 것은 전국 지자체 최초였습니다. 이를 4대 분야 100개 과제로 재정비 및 구체화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 실행방안 중에 주민참여를 위한 포인트제도가 있던데 어떤 내용인가요. "구정의 기획, 집행, 평가·환류에 참여한 주민들께 포인트를 부여하고, 누적 포인트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주민참여사업에 참가한 주민이 포인트를 신청하면 주민참여 전담부서가 포인트를 관리하고 사용을 승인하는 체제입니다. 주민들은 포인트를 제 증명 수수료 납부, 쓰레기봉투 구입, 공공시설물 이용료 등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참, 이 제도는 대전 대덕구청, 충북 옥천군이 도입했던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는 매우 오랜 숙제 같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내용들을 제시해야 합니다. 내 집·내 점포 앞 쓸기, 집 주변 텃밭 가꾸기 등 내 주변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주민참여는 출발합니다. 여기에 교육과 실천을 병행한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가족·주민·직장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들도 발굴해 주민참여의 눈높이를 맞추려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호혜의 자치공동체가 많이 생겨나고, 이런 공동체들이 연대해 나간다면 지자체의 미래는 밝습니다. 우리 광산구가 설립하려고 준비 중인 공익활동지원센터는 이런 자치공동체의 설립·자립·활성화를 지원할 목적으로 하는 중간지원조직입니다. 7월에 '공익활동지원센터 지원 조례'가 확정됐고, 비영리 사단법인의 형태로 오는 10월 중 설립할 예정입니다. 민·관 협력 방식으로 출범해서 중장기적으로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것입니다. 사회적기업·협동조합·주민공익단체 등 자치공동체의 설립·자립·활성화를 돕고, 이를 위해 필요한 교육 및 네트워크 조성에 기여할 것입니다. 공익활동지원센터를 마중물 삼아 지역에 튼튼한 자치공동체를 많이 만들어 내겠습니다."
- 말씀을 듣다 보니 구청장을 하기 위해서 정치를 하신 분 같습니다(웃음)."하하 그렇습니까. 사실 제가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계기는 '분노'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이 몸을 던질 수밖에 없는 정치현실에 대한 분노를 견딜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내 곧 분노가 곧 동기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무엇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단식을 하며 자기정화와 성찰을 했습니다. 그리고 정치를 하더라도 '선수'로 나설 생각 없었고 '참모정치'를 할까 생각했죠.
그런데 제 안에 오랫동안 자치주의자, 지역주의자의 DNA 꿈틀거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기자도 지역신문에서 했고, 대학에서 연구도 지역문화와 정치로 했고, 시민사회운동도 자치분권 지역운동을 했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들어갈 때 자기소개서에 '나는 지역주의자다'라고 썼을 정도죠. 지역과 자치의 원형질로 꿈틀대는 나의 잠재적 창조적 역량을 자치단체장을 통해 분출해보고 싶었습니다."
"꿈꿨던 세상 실현해볼 수 있는 귀한 기회를 허투루 보내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