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잡년행진'에 참가한 한 시민이 다리에 '나는 내 몽이 아름답다'라는 글귀를 적었다.
이주영
'잡년행진(Slut Walk)'은 성범죄의 원인 중 하나가 여성의 노출 때문이라는 주장에 반대하고자 시작된 운동이다. 2011년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에서 열린 안전교육 강연에서 한 경찰관이 "성폭행당하지 않으려면 여자들은 '헤픈 여자(Slut)'처럼 입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게 화근이 됐다. 한국에서도 2011년 7월 16일 '잡년행진'이란 이름으로 운동이 시작됐다. 올해가 두 번째 행진이다.
이날 탑골공원 앞은 150여 명의 참가들로 북적였다. 훤히 드러낸 어깨와 다리에 "내 몸 함부로 만지지 마"라는 글귀를 적은 여성 참가자들은, 주위 시선에 아랑곳없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남성 30여 명도 함께했다. 이들 중 일부는 여성 상의 속옷을 착용하거나 치마를 입었다.
사회를 맡은 '혜원'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잡년행진을 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성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원인을 돌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 잡년행진 참가단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비유를 들며 여성들의 노출을 성범죄의 원인이라 보는 편견을 비난했다.
"야한 옷이 성폭행을 유발한다는 명제가 맞다면, 야한 옷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물건인가. 커피전문점에서는 뜨거운 커피를 담는 컵에 '뜨거우니 조심하라'고 쓰는데, 야한 옷을 만드는 의류업체도 옷에 경고문을 써야 하나."군복 차림의 남성 참가자 송현민(연세대학교 3학년)씨는 "군생활 당시 부대에서 성범죄 현황 자료를 봤는데 1년에 약 380건이었다"며 "여성들이 야하게 입어서 성범죄가 일어난다는데, 그럼 남성뿐인 군대에서 성범죄가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누구든 외모와 성별에 상관없이 강간 등의 성범죄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성범죄의 원인을 여성 등의 약자에게 돌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의 권리 제약해선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