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입주 예정인 광교신도시의 상록자이아파트. 좋은 입지조건을 갖췄음에도 분양권 프리미엄이 최고가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졌다.
김동환
고씨는 "프리미엄이 더 낮아지면 투자액보다 손해 보는 사람들도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이 낮아지면 매물이 더 나오기 쉽고 그럴수록 가격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분양가가 2억 5760만 원인 상록자이 85㎡형 같은 경우, 대출 이자 등 계약자들이 치르는 금융금액이 대략 3000만 원 정도라 프리미엄이 지금보다 더 떨어지면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보게 된다.
이런 분양권 가격 하락은 주변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미쳤다. 상가를 사이에 두고 상록자이 아파트를 마주 보고 있는 이던하우스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입주가 끝났다. 보통 신도시 아파트 가격은 입주와 동시에 올라가는데 이던하우스 아파트는 입주 직후에도 가격이 얼마 오르지 않고 정체되어 있다가 최근에는 하락세라는 게 이 지역 공인중개사들의 말이다.
시장 상황이 이러니 매수자들은 더욱 조심스러운 눈치다. 이날 상록자이 가격을 알아보러 고씨의 부동산에 들른 김황균(가명), 노연정(가명) 부부는 "가격이 비싸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계약은 좀 더 두고 봐야겠다"고 말하며 자리를 피했다. "더 떨어질지 모르겠다"는 게 김씨의 이유였다.
수도권 서·북부 신도시는 프리미엄 없거나 손해서울 강남권에 접근성이 좋아 애당초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됐던 광교신도시는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경기 파주나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 수도권 서·북부 신도시들은 프리미엄이 없거나 마이너스로 돌아선지 오래다. 이날 찾은 김포 한강신도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10여 개의 부동산 중개업소 중 어느 곳에서도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기도 김포시 장기동의 한 상가. '냉방중'이라는 종이가 붙은 C부동산에는 주인 황진호(가명)씨가 손님 대신 자녀 2명이 함께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이 동네 아파트 분양권 가격은 이미 분양가 이하. "집주인들이 3000만 원 이상 손해를 보고 분양권을 내놔도 매수는 거의 없다"는 게 황 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한강과 생태공원을 끼고 있는 친환경 아파트단지인 한강신도시 대림e편한세상의 경우 128㎡형이 분양가보다 2000만 원 낮은 3억 8500만 원에 호가가 형성되고 있다. 선호도가 낮은 151㎡형의 호가는 분양가보다 3000만 원 낮은 4억 5200만 원 수준. 그러나 이마저도 거래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
D부동산의 정영철(가명)씨도 "물건은 많이 나오는데 매수자가 없다"는 답을 내놨다. 정씨는 "계약금, 중도금 이후 후불 이자까지 파는 사람이 지불하겠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는 충격적인 말도 했다. 시장 심리가 분양권 전매 제한 기한을 단축하는 걸로 살아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