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보양식아내가 차려준 호박잎에 된장찌개
이종락
오랜 세월 도시 음식에 길들여진 입맛 탓에 귀농 초 주민들이 내놓는 음식이 맞질 않아 난처한 경우도 있었다. 부모님이 경상도 출신이라 이곳(나는 경북 상주로 귀농했다) 음식에 대해 어느 정도 느낌이 있지만, 솔직히 말해 맛있다는 느낌과 좀 거리가 멀었다.
경상도 음식은 투박하고 단순하다. 맛도 맵거나 아니면 무미하다. 뚝딱 해치운다는 표현이 '딱'이다. 입맛 없을 땐 물에 말아 먹거나 있는 반찬, 없는 반찬 다 털어 놓고 쓱쓱 비빔밥으로 만들어 버린다.
여름철 한창 농사일이 바쁠 때도 그들의 식단은 주로 밥과 된장, 고추, 호박잎, 상추 정도다. 말이 좋아 된장에 풋고추 푹 찍어 밥 한 그릇 먹어 치운다고 하지만 실제 그런 밥상을 앞에 놓으면 먹어도 허기가 질 것 같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저렇게 먹고 어떻게 힘든 농사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의문도 들었지만 한 5년 살다 보니, 나 역시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여름철엔 더위로 인한 무기력으로 입맛도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동 강도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호박잎 쌈은 입맛을 돌려주기도 한다. 섬유질과 비타민 C, 항산화 작용과 항암 효과에 다이어트 효과도 뛰어난 호박잎은 여름철 보양식이라 해도 무방하다.
호박잎에 부족한 단백질은 된장으로 보충하는데 된장은 알다시피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 따듯한 밥 한술에 호박잎을 된장에 푹 적시고,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으면 여름철 한 끼는 가뿐하다.
식후 텃밭에서 갓 따온 토마토로 입가심을 하면 최고의 웰빙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가끔 삼계탕이나 다슬기 잡아 시원한 국 끓여 먹은 뒤 충분히 쉬는 것도 무척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