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북구 진장동 진장유통단지 안에 들어선 코스트코 너머로 롯데마트가 보인다
박석철
북구청장이 허가를 반려하자 지난해 8월 울산시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직권 허가를 받아 현재 개점 준비가 한창인 코스트코. 코스트코는 울산시가 물류 개선 등을 목적으로 북구 진장동 일원 46만 8541㎡면적에 886억 원을 들여 조성한 진장유통단지 내에 있다.
25일 찾은 진장유통단지 안에는 코스트코와 불과 200m남짓한 거리에 롯데마트가 있고, 비슷한 거리의 바로 위에는 북구의 4대 대형마트 중 하나인 농협하나로클럽이 있다. 지근거리에 대형마트가 늘어서 있는 것.
처음 진장유통단지를 조성할 때 취지는 물류를 개선해 기업과 주민들에게 이익을 주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속속 들어선 대형마트로 인해 이곳 주민인 중소상인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진장유통단지 안에 있는 농협하나로마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곳은 국비와 시비 등 745여억 원을 투입돼 부지 8만6100㎡, 연면적 3만548㎡ 규모로 지난 2009년 5월 29일 개장한 울산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간판만 바꿔 단 곳이다.
당시 울산시는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가 개장되면 농수산물 유통단계 축소에 따른 물류비 절감으로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값싸게 구입하는 체제가 구축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듯, 농수산물 유통기능보다 전자제품, 의류, 주류, 화장품 등을 판매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하고 개선을 요구한 당사자도 현재 기소된 윤종오 구청장이었다.
(관련기사: "울산농수산물유통센터 745억원 들인 대형마트")당시 시의원이었던 그는 "농수산물유통센터의 대형마트화로 영세상인이 죽어간다"고 울산시에 항의했다.
이날 둘러본 농협하나로마트는 2009년 개장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대형 마트를 능가하는 넓은 매장 안에는 옷, 식기도구 등 없는 것이 없었다. 지역 중소상인들이 "고사직전이다"고 항변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특히 감사원은 지난 7월 11일 발표한 감사결과 자료에 "울산농수산물유통센터가 설립취지에 맞지 않게 운영되는 데도 울산시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감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이 감사 결과는 현재 감사원 홈페이지 '울산·부산광역시 기관운영 감사' 80페이지에 있다)
"대형마트 허가권 구청장 고유권한 아닌가?" 코스트코가 들어서는 북구 진장동은 본래 중구 땅이었다. 1997년 울산이 광역시가 되면서 북구가 신설됐는데, 그때 진장동도 북구에 편입됐다. 북구와 중구를 가로지르는 동천이 경계다.
코스트코가 있는 진장유통단지를 따라 동천을 건너 서쪽으로 내려오면 중구 주민들이 거주하는 현대골든타워아파트, 월성개나리아파트, 홍일아파트 등이 있다. 비슷한 거리의 북구쪽에는 벽산늘푸른아파트, 성원아파트 등이 들어서 있다. 모두 대단위 아파트단지다. 대형마트들의 주요 고객은 바로 이곳 주민들인 셈.
따라서 코스트코가 개점하면 북구 화봉시장, 중구 서동시장과 병영시장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중소상인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회원제로 운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매출감소 등 피해가 예상되는 중소상인들의 범위는 더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구 병영시장 내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이쪽(중구) 주민들이 다리 하나만 건너면 대형마트로 갈 수 있는데 그리 가지 않겠느냐"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진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중구 병영과 서동시장 중소상인들이 요즘 모여서 주로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이 문제"라면서 "아니, 중소상인을 보호하려고 대형마트를 허가 안하는 것은 구청장의 고유권한 아닌가?"라고 말했다.
병영시장 인근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친구들이 요즘 코스트코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더라"며 "물건 값이 싸다고 하니 나도 한 번 가입해 볼까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허가를 안내줘 북구청장이 기소된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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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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