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측근 비리에 대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TV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고 있다.
유성호
"아, 우리가 잘못 판단했구나. 우리도 부정과 비리에 예외가 아니었구나."MB 정권이 탄생하는데 기여했던 한 '창업 공신'의 탄식이다. 아무리 정권 말기라지만, 하루가 멀다고 터져 나오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 의혹을 바라보는 창업 공신들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24일 김희중(44)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김세욱(58) 전 청와대 총무기획실 선임행정관이 저축은행 금품 수수 혐의로 각각 구속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친·인척 및 측근이 비리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사람의 수는 20명을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원조 MB사람들'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얼마 없을 정도다.
권택기 전 의원은 심경을 묻는 말에 "그래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보겠다고 모였던 동지들인데, 지금 다 이렇게 된 상황에서 뭐가 잘났다고 무슨 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 김희중과 김세욱씨가 지금 영장실질심사 들어갔다. 벌써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이 20명이 넘는다. 현 정권을 만든 창업공신으로서 심정이 어떤가."가슴 아프다. 모두 제 선배들이고 후배들인데, 그렇게 안 좋은 일에 연루된 상황에서 아무런 할 말이 없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특별한 말을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묻지 마라. 착잡하다."
- 이렇게까지 된 원인이 뭐였다고 생각하나."다 책임자이고, 다 역사에 사죄해야 하고 그렇다. 그래서 내가 공천도 못 받은 거고, 못 받아도 아무 말도 안 하지 않느냐."
- 왜 그랬는지 기록으로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그래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보겠다고 모였던 동지들인데, 지금 이렇게 된 상황에서 뭐가 잘났다고 무슨 말을 하겠나."
- 너무 쓸쓸하게 말한다."너무 착잡하고 슬프고 그렇다. 이해해 달라. 아무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조용히 지내고 있지 않은가. 자전거 타고 수영하고 그러면서 조용히 지낸다."
-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조언한다면."조언을 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다 대통령을 잘못 모셔서 이렇게 됐는데."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은 짧은 전화통화에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을 4번이나 했다.
-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회견을 봤는가."봤다. 마음이 아프다."
- 김희중씨와 김세욱씨까지 20명 넘게 비리 혐의 사법처리다.
"그런가. 참 마음이 아프다는 말 밖에는."
- 구속된 사람들 다 알지 않나."그렇다. 다 안다. 나름대로 (정권창출 때) 역할들도 많이 했고, 참 마음이 안 좋다."
- 이 대통령의 사과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나."참, 그게…. 사실 우리가 정말 2007년에 깨끗하게 하자고 하면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주변 사람들이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 마음이 아프네. 그래도 어떻게 해, 이제는 국정을 잘 마무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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