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정암
조을영
일단은 백담사에서 내려 봉정암까지 6시간을 걸어 올라가겠단 손님들은 제법 많았다. 그들은 전부 단단히 채비를 해가지고 온 듯 보였다. 등산화, 등산복, 그리고 배낭엔 물통과 각종 간단한 음식들이 들어있을 터였다. 그리고 나처럼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급작스런 도전을 한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각자의 마음속에는 그곳에 가려는 나름의 이유가 한 가지씩은 있을지도 몰랐다. 등산이 목적인 사람이라면 힘든 코스를 거쳐 가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려는 것이겠고, 기도를 하러 가는 사람들은 전국 다섯 곳의 적멸보궁 중에서 기도발이 가장 센 곳이란 소문 때문에 봉정암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적멸보궁은 명당 중의 명당으로 부처님의 진신 사리를 모신 곳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유일하게 부처님의 '뇌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 바로 봉정암이다. 게다가 가장 산 깊숙이 자리한 적멸보궁이면서 설악산의 절경과 어우러져 매우 의미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 같은 바탕에는 신라시대 자장율사와 깊은 연관이 있다.
중국 오대산에서 기도정진을 끝낸 자장율사는 부처님의 뇌 사리, 진신 사리 등을 받아서 신라로 돌아왔다. 그리고 진신 사리를 모실 자리를 찾기 위해 설악산에서 기도 7일째가 되던 날에 오색찬란한 봉황새가 날아왔기에 예사롭지 않다고 여겨 그 봉황새를 따라서 설악산 남쪽으로 내려왔다.
봉황은 어떤 큰 바위 앞에서 이르러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부처님의 모습과 그대로 빼닮은 형상이었다. 게다가 봉황이 사라진 곳은 부처님의 이마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자장율사는 이 자리가 명당이라 여겨 5층 사리탑을 세우고 암자를 지었다. 그리고 봉황이 도착했다가 사라진 곳이 부처님의 이마(頂)에 해당해서 사찰의 이름을 봉정암(鳳頂庵)이라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