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보에 자전거길 개통비4월 22일 개통했다는 자전거길 개통비와 뒤편으로 백제보가 보인다. 백제보에는 만수로 황토물을 가득 담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이명박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4대강사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지난 20일, 대전환경운동연합은 금강정비사업현장을 답사했다. 지난 4월 22일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4대강사업 전체공사 준공 이전에 개통됐다. 개통 후 자전거동호인들이 4대강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을 받기 위해 금강을 찾고있다. 많지는 않지만 자전거길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역시 종종 볼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만든 4대강 자전거길을 홍보하기 위해 7월 9일 제93차 인터넷·라디오연설에서 국민들에게 4대강 자전거길로 여행갈 것을 권했다. 그는 "전국 1800km 4대강 자전거길을 따라서 각 지역의 독특한 멋과 정취를 느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여행을 하면 일자리가 창줄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며 4대강 자전거길로 여행을 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다.
여행은 하되 사진은 찍지 마!자전거로 여행을 할 수 있어도 공주보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자전거길로 사진기를 들고 걸어가는 필자는 공주보에서 관계자에게 제지를 당했다. 공사 관계자는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안 찍겠다고 하며 지나가려고 하자 공사 관계자는 "어디서 왔느냐"며 명함 제출을 요구했다. 명함이 없다고 대답하자 공사 관계자는 필자에게 '신분증'을 요구했다. 황당함 그 자체였다. 개통된 자전거길을 걷다가 공사 관계자에게 불심검문을 당하게 된 것이다. 명백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행위다. 현병철 위원장의 재임 문제로 유명무실한 인권위원회에 제소도 못 하고...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경찰도 아니면서 어떻게 신분증을 요구하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한 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공사 관계자는 공주보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자전거로 쫓아오며 미행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서슴지 않았던 정권의 지시를 받아 시행하는 공사는 뭔가 달랐다. 사법권력을 가진 것처럼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세우고, 신분증까지 과감하게 요구하는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럴 것이라면 자전거 도로를 개통하지 말고 전체구간을 통제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공주보의 멋진 자태(?)를 찍을 수조차 없는 여행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을 촬영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개통된 곳을 지나가는 사람까지 미행하면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제방서 바라본 공주보는 아직도 공사 중이었다. 잠수부들이 동원돼 수중에 시멘트를 타설하고 있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 4대강 사업팀 관계자에 따르면 "부실공사는 아니지만 완벽한 바닥보호공을 시설하기 위한 보완 공사"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