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의 케빈 집에서 다른 카우치서퍼들과 함께. 여행자들을 맞아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던 케빈의 집에는 내가 있던 날만 해도 일곱 명의 여행자들이 묵고 있었다.
Sara
처음 카우치 서핑에 대해서 알게 된 계기는 조금 독특하게도 소설책을 통해서였다. 2008년의 촛불집회를 배경으로 한 김선우 작가의 <캔들 플라워>에는 한국에서 카우치 서핑을 하는 캐나다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재미있는 여행법이라고 생각해서 메모를 해 두었는데, 나중에 블로그 등을 통해서 자세히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한 번 시도해 본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카우치 서핑을 하게 된 건 올해 초 교환학생으로 미국에 가면서였다. 반 년간 그곳에서 자리를 잡고 지내야 하는데, 아는 이 하나 없는 타향만리에서 그저 막연하기만 했다. 게다가 내가 있었던 학교에서는 교환학생 기숙사를 제공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집을 알아봐야 했는데, 집을 실제로 보지도 않고 계약할 수는 없는 일이라 당장 도착해서 머물 곳이 없었다.
대부분의 교환학생들은 이삼 일 정도 숙박업소에 예약을 해서 지내다가 집을 구해 이사하곤 하지만 나는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싸늘한 호텔 침대에서 홀로 잠들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미국에 도착한 다음 날은 내 생일이어서, 생일을 홀로 맞이하는 것도 외롭고 싫었다.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솔깃하지만, 나에게는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더 큰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나의 카우치 서핑 USA. 미국에서의 첫 호스트는 나와 같은 학교를 다니던 미술사학도인 마리아나였다. 여덟 살짜리 딸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인 마리아나는 장시간 비행에 지친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너무나 특별하고 감동적인 생일을 맞이하게 해 주었다. 다음날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집을 보러 다니는 일 역시 마리아나의 도움으로 훨씬 수월하게 해낼 수 있었다.
단순한 무료 숙박이 아니라... 카우치 서핑은 단순한 무료 숙박이 아니라 문화 교류 네트워크로 보는 게 맞다. 호스트가 여행자를 재워주는 이유는 그 역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고, 여행자들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계속해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카우치에 앉아서 전 세계의 여행자들을 만나는 신개념 여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여행자 입장에서는 숙박비를 아낄 뿐더러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호스트의 도움을 받아 더욱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현지인이 아니면 절대 알기 어려운 숨은 명소나 맛집, 혼자 여행하다 보면 하기 어려운 밤문화 탐방도 함께하며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