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금융위원회앞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금융소비자협회,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참여한 <금융수탈 1%에 저항하는 99%>가 주최한 '여의도를 점령하라!' 집회가 열리고 있다.
권우성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파문'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확산되고 있다. 20일 낮 종로구 적선동에 있는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실엔 집단소송 문의 전화가 계속 걸려와 정상 업무가 어려울 정도였다. 그만큼 대출 이자 0.1%포인트에 목매온 채무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시중은행에서 자금 조달 목적으로 발행하는 채권인 CD 금리가 큰 관심을 끈 것은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한 변동 대출 기준 금리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기준 가계 대출 642조7000억 원 가운데 CD 금리 연동 대출은 49.1%인 315조5657억 원에 이른다. 시중은행에서 단 0.1%P만 이자를 더 받아도 연간 3155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가계 대출 절반 'CD 금리 연동'... 0.1%P만 올려도 3천억 원 이득 시중은행에서 담합 등을 통해 CD 금리를 조작할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이미 금융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최근 CD 발행과 유통이 크게 줄면서 은행이 자의적으로 CD 금리를 조작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도 CD 금리를 대신할 단기 지표 금리 찾기에 고심해 왔지만 시기를 놓쳤다.
공정거래위원회가 CD 금리 결정 과정의 담합 혐의를 포착해 지난 17, 18일 증권사와 은행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면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금융회사에서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자진신고자 감면 제도'(리니언시)를 통해 담합 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하면 과징금을 100% 감면해주고 두 번째 신고자도 50% 깎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이 된 은행과 증권사에선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올 게 왔다"는 분위기다. 여경훈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원은 "은행 자금 조달시 CD 비중이 낮은 데도 CD 금리를 기준으로 대출 금리는 정하는 게 문제"라면서 "지금까지도 시중은행끼리 대출 금리 경쟁을 하지 않고 선도 은행 금리를 좇아가는 등 담합 냄새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지난 15일 '리보 금리 조작 사태, 한국은 안전한가'라는 보고서에서 "(CD 금리는) 시중은행의 주요한 단기자금 조달 금리이면서 가계 및 기업 대출의 주요 기준 금리이기 때문에 시중은행들의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면서 "문제는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시중은행들이 CD 금리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이라고 금리 조작 가능성을 경고했다.
7대 시중 은행에서 단기 자금을 조달하려 CD를 발행하면 10개 증권사에서 하루 두 차례씩 금리를 평가하고 금융투자협회가 이 가운데 최고-최저치를 뺀 8개 수치의 평균값을 내 결정한다. 겉보기엔 직접 이해가 없는 증권사에서 금리를 결정하는 구조지만 최근 CD 발행 규모가 급감하면서 은행 영향력은 더 커졌다. 2008년 224조 원에 이르던 CD 거래량은 지난해 54조 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아예 CD가 발행되지 않는 날도 많아 증권사 직원이 자의적으로 평가해 올리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