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창이 터져버린 등산화
이윤기
등산화 밑창 교체,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그래서 마음을 바꾸었지요. 가죽이 너무 멀쩡하니 일단 밑창을 교환해서 신을 수 있으면 그냥 몇 년 더 신는 것으로. 사실 새 신을 사고 싶은 마음과 밑창을 바꿔서 더 신자는 마음이 갈등을 많이 했답니다.
이튿날 집 근처 백화점에 있는 등산화 매장에 갔습니다. 일하시는 분에게 밑창을 교환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된다고 하더군요.
"고객님 등산화 밑창 교환 비용은 4만 원입니다. 카드는 안 됩니다."헉! 생각보다 교체비용이 비쌉니다, 컨슈머리포트에는 2만5000원~3만5000원이라고 되어 있었는데, 매장 가격표에는 3가지 밑창 종류 모두 4만 원이었습니다.
"고객님 등산화는 밑창을 교환하면 바닥을 다 뜯어내기 때문에 방수가 잘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밑창을 교환하게 되면 새로 본드 작업을 하기 때문에 가죽 부분에 흔적이 좀 남을 수도 있습니다. 새 것일 때와는 좀 다릅니다."아, 순간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4만 원 주고 밑창을 바꾸는 것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겠는데, 방수가 안 된다는 것이 갈등의 요인이 되었습니다. 본드 자국 좀 나는 것도 어차피 흙먼지 묻으면 그만이다 싶었는데, 방수가 안 된다는 것은 딱 마음에 걸리더군요.
마음 속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그때 일하시는 분이 결정적인 한마디를 하였습니다.
"고객님 수선 맡기시면 공장까지 갔다 와야 되기 때문에 2~3주 정도 걸립니다." 세상에 이월상품으로 비슷한 품질의 새 신발 사면 13~14만 원이면 살 수 있는데, 밑창 4만 원, 방수도 안 되고, 본드 자국도 남고 거기다 2~3주나 기다려야 하고. 제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매장 직원분이 조언을 해주시더군요.
"고객님 일단 4만원 내고 수선하셔서 당분간 근교 산행에 신으시고 나중에 이월상품 나오면 저렴한 가격으로 새 것 하나 구입하시는 쪽으로 권해드립니다."어라, 이건 꿩도 팔고 알도 팔겠다는 상술? 이건 등산화 밑창을 갈아넣으라는 것인지 말라는 것인지. 짧은 순간 고민하다가 현금으로 4만 원 결제하고 일단 수선을 맡겼습니다.
"새 것 하나 구입하시는 쪽으로 권해드립니다"다음 날 사무실에 출근하여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여러 사람이 '그럼 수리하지 말고 새 걸로 사라'고 권하더군요. 수리를 맡겨놓고 후회하던 저의 고민을 정리해주더군요. 백화점 매장에 전화해서 수선을 취소하라고 하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월상품을 골라 새 신을 샀습니다.
가죽이 너무 멀쩡해서 고쳐서 신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10년 넘게 신었으니 새 신발을 사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수선비 4만 원에, 방수도 안 되고, 본드 자국도 남고, 2~3주가 걸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새로 샀지 뭡니까.
이런 걸 보면 사람이 물질에 대한 욕망을 참 끊기가 어렵습니다. 4만 원 주고 고치느니 13~14만 원 주고 새 것 사는 것이 낫겠다 하는 계산을 하니 말입니다. 그냥 단순 계산으로는 14만 원 주고 새것 사는 것보다 4만 원 주고 고치는 것이 10만 원 이득인데도, 4만 원 주고 고치느니 14만 원 주고 새 것으로 사는 것이 이득인 것처럼 느껴지는 것을 어쩐답니까?
컨슈머리포트에 등산화 밑창을 교환 비용만 나오고 밑창을 교환하면 방수 안 되고, 본드 자국도 남고, 고치는 데 2~3주씩 걸린다는 정보는 없었던 것은 큰 아쉬움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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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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