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파업 첫날인 1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사옥 로비에서 열린 노조파업출정식에서 노조간부들이 국민 앞에 석고대죄한다며 허리숙여 대국민사과인사를 하고 있다.
이정민
이런 상황에서 지난 6월 말 국회 개원 합의 이후 MBC 노조가 파업을 접는다는 소식이 들리자, "MBC마저?"라는 반응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MBC 노조의 파업은 타 언론사 파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여론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다. 23일 만에 75만 명이 넘는 시민이 김재철 사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서명에 참여했고, '으랏차차 MBC', '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 '전 그런 사람 아닙니다' 세 차례의 파업 콘서트 때 모인 '후불 관람료'로 약 1억 원이 모였다. 유명 인사들의 지지도 끊이지 않았다.
MBC 노조가 이처럼 '여론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무한도전>과 김재철 사장이 있다. MBC 파업은 곧 <무한도전>의 결방을 의미했고, 연예매체들은 주말마다 "<무한도전> 결방 ○○주째" 기사를 쏟아냈다.
김재철 사장은 '화수분' 같은 존재였다. 파업 중인 타 언론사에서 "우리의 가장 큰 적은 김재철 사장"이라는 농담 섞인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법인카드 사용내역, 무용가 J씨 특혜 지원 의혹, 최근 문제가 된 차명폰 사용까지. 김재철 사장의 행적 하나하나가 논란이 되었다.
징계 강도도 상상을 초월했다. 이번 파업 기간 중 해고자 수는 6명. 해고자를 포함해 총 44명이 징계를 받았다. 지역 MBC 조합원까지 포함하면 80명 가까이 된다. 또한 서울 MBC 69명, 지역 MBC 51명이 대기발령을 받았다. MBC 노조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 부임 이후 2년여 동안 징계를 당한 조합원은 총 232명. 조합원 4명 가운데 1명꼴로 징계를 받은 셈이다. 사측이 징계의 칼을 휘두를수록, '김재철 퇴진' 목소리는 높아졌다.
지난 6월 29일 발표된 여야 개원 합의문은 이러한 '민의'가 반영된 결과였다.
여야는 8월초 구성될 새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가 방송의 공정 책임과 노사 관계에 대한 신속한 정상화를 위해 노사 양측 요구를 합리적 경영 판단 및 법 상식과 순리에 따라 조정, 처리하도록 협조한다.MBC 노조는 이 문구를 근거로 여야가 사실상 김재철 사장 퇴진을 합의한 것으로 보았다. 이후 노조 업무 복귀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17일 '파업 잠정 중단' 결의로 이어졌다.
'업무복귀' 둘러싼 반발,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