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줄기와 그 잎 때문에 토란은 시름시름 앓고 있었답니다.
추광규
어릴 때 잎을 따내면 호박이 열리지 않는다는 조언에 따라 몇 차례 솎아낼 기회를 놓치고 또 그렇게 2주일여를 놔뒀더니 이제는 잎을 따다가 먹기에는 적절치 않을 만큼 크게 자라나 버렸습니다. 또 그렇게해서 뻗어 나간 호박 줄기들은 조그만 텃밭을 온통 뒤 덮은 채 다른 작물들을 휘감은 채 무성해지고 있어 이놈들을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새로운 고민이 생겨난 것입니다.
멀쩡하게 잘 자라고 있던 고추 몇 주가 말라 죽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방울토마토, 깻잎, 토란 등 거의 대부분의 작물이 호박의 등쌀에 제대로 자라고 있지를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말농장 입구의 묘종상에 물어보니 이달 말경 배추를 심으면 된다고 하니 다른 작물을 새로 심는 것은 적당치 않은 것 같아 고민을 하다 지켜보기로 했답니다. 해서 임시로 토란잎을 가린 호박 줄기를 걷어내고 햇볕을 쬐게 만들어주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날은 줄기를 걷어내면서 상당한 양의 호박잎을 뜯어 올 수 있었습니다.
호박잎은 여름 한철 입맛 잃기 쉬운 계절에 입맛을 살리는 데 더 없이 좋은 친숙한 먹거리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저 또한 호박잎쌈을 즐겨 먹는데 주로 양념간장에 찍어서 먹었는데 지난 6월부터 두어 차례 뜯어온 호박잎에 전어젓갈을 쌈장으로 먹어보니 그 맛이 일품입니다.
또 이렇게 제 입맛을 돋우고 있는 전어젓갈에도 사연이 있답니다. 바로 이 전어젓갈은 지난 늦가을 제가 직접 잡아와 천일염에 버무려 담가놓고 숙성이 어느 정도 된 것 같아 이렇게 조금씩 덜어내 먹고 있는 중이기 때문입니다.
호박잎에 전어젓갈... 내가 기른 호박잎에 내가 잡아온 전어지난해 11월 인천 영흥도에서 선망조업을 하는 배를 따라가본 적이 있습니다. 제가 탄 수경 1, 2호는 전어를 전문적으로 잡는 배였는데 인천 경기권에서 선망허가권을 가진 유일한 배였습니다. 이날 수경 1, 2호가 두어 시간의 조업으로 통통하게 살이 오른 전어의 어획량이 5톤을 훌쩍 넘을 만큼 만선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