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로비·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전 의원이 11일 새벽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구치소로 가는 차량에 올라타고 있다.
유성호
돌이켜보면, 친인척과 측근 비리의 싹이 튼 것은 취임 직후부터였다. 이 대통령의 사촌 처형 김옥희씨는 정권 출범 직후인 2008년 2~3월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30억 원을 챙겨 그해 8월 구속됐다. 11월에는 현대그룹 출신으로,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서울지하철 사장을 지낸 측근인 강경호 코레일 사장이 강원랜드 인사 청탁과 함께 50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처럼 취임 첫해부터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로 비상 경고등이 켜졌지만 이 대통령은 친인척 관리를 맡은 민정수석실 업무를 강화한 게 아니라, 국무총리 산하에 공직윤리지원관실이라는 이름으로 영포(영일-포항) 친위대를 설치했다. 청와대 밖에 별도의 공직기강-감찰업무를 수행하는 친위조직을 만들어 민정수석의 지휘를 받지 않도록 편법을 쓴 것이다.
이 친위 조직에는 각 부처에서 감사관실 근무 경력이 있는 영일-포항 출신들이 차출되었다. 현직 공직자들만으로는 영포 인력이 부족하자 퇴직한 영포 출신 경찰들까지 특채해 공직윤리지원관실을 채웠다. 이들은 일종의 MB 정부 비밀경찰 노릇을 했다. 독일 히틀러의 게슈타포에 비유하면 '이슈타포'였던 셈이다.
그러나 영포 라인 인사들이 '애국가' 대신에 '우리가 남이가'를 부르면서 끼리끼리 해먹는 판에 조직에서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될 리 없었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별점(★)을 매기고, 이영호 고용노동비서관이 거기에 순위표를 매겨 올리면 MB가 '바로 이거야'라고 칭찬했다는 '장·차관·청장 직무역량 평가'를 검증해보면 이들이 얼마나 한심한 짓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지원관실에서 작성한 직무역량 평가를 보면, 강희락 경찰청장(2009년 3월 9일 임명)에 대해선 "오랜 공직생활 동안 사생활-복무기강에 특별한 문제점이 없을 정도로 청렴하다는 평을 받았다"며 별점 4개반(★★★★☆)을 매겼다. 또 장수만 국방부차관(2009년 1월 22일 임명)에 대해선 "공사 구분이 분명하며 맡은 소임을 성실하게 처리하고 청렴도가 높음"이라며 별점 5개(★★★★★) 만점을 매겼다.
이에 비해 호남 출신 장·차관·청장들은 직무역량 평가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별점을 받았다. 그러나 영남 출신인 강희락-장수만은 이른바 함바(건설현장 식당) 운영권 비리로 구속되어 각각 징역 3년6개월(2심)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통령이 근무중인데 부속실장이 전화로 사표 내고 잠적한 '막장 정권'영포 라인 친위대는 공직자 직무감찰이라도 제대로 했으면 좋으련만 무소불위의 힘에 취해 민간인 불법사찰이라는 국기문란 행위까지 손을 뻗쳤다. 검찰의 재수사에도 불법사찰과 은폐조작은 이뤄졌는데 지시를 내린 사람은 밝히지 못한 민간인 불법사찰의 '몸통'으로 이 대통령이 지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13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거부하고 전화로 사의를 표명한 뒤 잠적한 것도 역대 과거 정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막장 정치 드라마'다. 총칼로 정권을 잡은 군사 정권에서는 물론,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통해 권력을 잡은 문민정부에서도 대통령의 최측근이 비리 의혹을 받자 전화로 사의를 표명하고 잠적한 적은 없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대통령이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일정을 관리하는 비서관급 직책으로 대통령의 최측근이 맡는 자리다. 대통령의 일정과 면담을 조정할 뿐 아니라,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도 보좌한다. 그래서 부속실장을 흔히 '문고리 권력'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대통령은 근무중인데 '문고리'가 잠적한 것이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 부속실장 역시 1997년 당시 신한국당 국회의원이던 이 대통령의 비서관으로 연을 맺은 이후, 15년간 참모이자 개인비서로 곁을 지켜왔다. 서울시장 시절엔 4년 내내 의전비서관을 역임했고 대선 캠프와 인수위 시절엔 일정을 담당했으며,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제1부속실장에 임명됐다.
한마디로 말해, 김 부속실장은 이 대통령의 지난 15년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잠적했다는 것은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론이다. 현실에서는 한보에서 10억 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될 당시 'YS의 금고지기'로 불렸던 홍인길 전 총무수석이 밝힌 '깃털론'을, 픽션의 세계에서는 SBS 인기 드라마 <추적자>의 대통령 후보 강동윤과 그의 보좌관을 떠올리게 한다.
애당초 MB 대선캠프는 '이권으로 뭉친 이익공동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