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현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이 13일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시연
실제 기준안에는 통신사업자가 트래픽 관리를 하려면 우선 이용 약관을 개정해 정해진 양식에 맞춰 관리 기준을 공개하고 이용자들에게 동의를 받도록 했다. 특히 통신사의 자의적인 확대 적용을 막으려고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가 필요한 경우와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포지티브 리스트'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망 혼잡으로 다수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제한적으로 트래픽 관리를 시행하는 경우'라고 규정하면서 개인간 파일 공유 서비스인 P2P, 초다량 이용자(헤비유저), 표준 기술을 사용하지 않은 앱이나 서비스 등 구체적 사례까지 밝힌 게 화근이었다.
망 혼잡 시간대에 P2P 서비스 이용시 트래픽 전송 속도를 제한하거나 초다량 이용자(헤비유저)의 경우 통신사가 정한 일정 사용량을 초과할 경우 사용 속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망 부하를 막기 위해 마련된 업계 표준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애플리케이션이나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제한 가능성까지 열어줬다.
이에 인터넷서비스사업자과 시민단체에선 통신사들의 '트래픽 제어'를 사실상 허용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통신사업자들은 오히려 트래픽 관리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병선 다음커뮤니케이션 이사는 "불합리한 차별, 특정 서비스나 기기 차단을 하지 않도록 한 망중립성 기본 원칙을 뒤집을 우려가 있다"면서 "통신사에서 헤비유저나 P2P 관리 방침을 명백히 할 수 있지만 방통위에서 먼저 특정 서비스 유형을 차단하는 가이드를 주는 게 타당한가"라고 따졌다.
'친절한' 트래픽 관리 기준에 통신사-포털 모두 불만한종호 NHN 이사 역시 "통신사 이익을 지키는 쪽으로 비중이 가 있어 막 꽃피는 ICT 생태계를 시들게 할 수 있는 위험한 문서"라면서 "특정 표준은 메인스트림이자 기득권 사업자 것일 텐데 새로운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 출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오늘 제시안이야말로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선언"이라면서 "현재 전기통신사업법이 망중립성에 근거해 기간통신사업자가 별도 사유 없이 특정 서비스를 차단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는데 이를 자유롭게 풀어놓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오픈 인터넷망을 관리형 인터넷망으로 바꾸려는 인터넷 이용 통제 지침"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정태철 SKT CR전략실 전무는 "트래픽 관리는 망 과부하를 막기 위해 통신사들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이자 의무"라면서 "망 중립성 못지않게 트래픽 관리도 중요한데 해외 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고 강하게 규정돼 있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아울러 "(기준안에) 99.99% 통신망 사업자 의무만 나와 있고 콘텐츠 사업자에게 구속성 없이 무한한 권리행사가 가능하다"면서 "콘텐츠 사업자에게도 분명한 책임과 의무를 지워야 한다"고 밝혔다.
김효실 KT 상무 역시 "시간대 등 특정 조건을 달면 실질적인 트래픽 관리가 되지 않다"면서 "헤비유저 차단은 상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대용량 콘텐츠 트래픽 관리도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보이스톡 '차별'도 합리적 트래픽 관리?... "방통위 직무 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