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5년 정순철의 모습.
이상기
교평삼거리에서 버스터미널 쪽으로 이어지는 청산면 시장통에는 간판이 잘 정리되어 있다. 크기가 일정할 뿐 아니라 상호 옆에는 캐릭터와 악보가 그려져 있다. 캐릭터의 인물이 동요작곡가 정순철이고, 악보가 바로 그가 만든 동요다. 그리고 간판 옆 빈 공간에도 정순철을 소개하는 자료들이 붙어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색동회 창립회원 사진이다. 색동회는 1923년 5월 1일 일본 도쿄에서 방정환, 손진태, 정순철, 고한승, 진장섭, 정병기, 조재호, 윤극영이 창립했다. 이들 중 방정환이 회장이었고, 정순철과 윤극영이 도쿄 음악학교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작곡을 담당했다.
간판에 보이는 정순철의 대표곡은 윤석중이 작사한 '짝짜꿍'이다. 그리고 해방 후 작곡한 '졸업식 노래'가 보인다. 이 곡 역시 윤석중이 작사하고, 정순철이 작곡했다. 그리고 1935년 피아노 앞에 앉은 정순철의 사진이 걸려 있다. 그 옆에는 정순철의 연보도 적혀 있다. 더 재미있는 것은 KGB택배 간판이나 란제리 가게인 부산양품 간판에도 정순철이 작곡한 노래의 가사와 음표가 적혀 있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청산은 정순철을 사랑하고, 정순철을 알리려 한다. 그러나 정순철이 이렇게 살아나게 된 것은 시인이자 교사인 도종환의 노력에 의해서다. 청산중학교 교사로 부임한 도종환 선생은 정순철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동안은 정순철이 6·25사변 때 납북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쉽게 언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연구 결과가 2011년 <정순철 평전>으로 집대성되었다.
교평리서 만난 이상한 간판들... 정순철이 청산서 태어나게 된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