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7월 11일 오전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한군 총을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금강산 관광 중단된지 4년이 되었다.
금강산 육로 관광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붐볐던 '화진포 아산 휴게소' 넓은 주차장에는 금강산으로 관광객들을 실어 날랐던 미니버스 4대만 운행이 중단된 채 주차되어 있다. 버스에는 남측 관광객들을 태운 차량임을 알리는 깃발이 낡았지만 그대로 꽃혀 있다.
권우성
그러나 5·24조치는 법이 아닌 임시 조치일 뿐이다. 1년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 임시 조치가 2년 넘게 지속되는 동안, 북한의 관광수입 적자와 함께 관련 중소기업들과 지역경제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게다가 남·북관계의 균열을 비집고 북·중 경협이 본격화되는 국면이 전개되는 이즈음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불과 5년 동안 권력을 위임받은 이명박 정부가 5년 내내 임시 조치로 남·북관계를 억류시키는 것은 권한 남용이다.
정부로서도 이제는 5·24조치의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금강산관광 재개다. 금강산관광은 단절된 남·북관계 정상화의 상징적 조치가 될 수 있다. 또 대화가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의 공간이 금강산이라는 점에서 금강산관광은 남·북대화 재개의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다. 또 금강산관광은 설악산과 연계한 국제관광지대 개발과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도 긴요하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북·중 간에 유람선을 이용한 라진선봉-금강산 국제관광이 개시되는 등 중국의 금강산관광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라선-금강산 사이 배에 의한 금강산 국제관광이 29일부터 시작되었다"면서 "관광객들은 구룡연, 만물상, 삼일포, 해금강을 비롯한 금강산의 여러 곳을 돌아보고 동해의 경치를 즐기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신문들도 중국인 관광객 100여명이 지난달 29일 북·중 접경지역인 지린성 훈춘시의 취안허 통상구를 거쳐 나흘 일정의 첫 금강산 유람선 관광길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금강산관광의 독점 운영권을 가진 지린성 연변천우국제여행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바다를 건너 금강산을 관광하는 첫 노선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매월 한 차례 단체 관광객을 보낼 계획"이라 밝히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은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의 공동 시설물이자 이산가족 상봉 장소인 온정각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고 정주영 회장의 염원으로 1998년 6월 북한(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관광총회사)과 현대가 금강산 관광사업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 추진되었다. 그후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0년 동안 어렵게 구축해 온 금강산관광 인프라를 중국과 북한이 일방적으로 사용하는 형국인데 이명박 정부는 속수무책이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속담에 비유하면, 금강산관광은 재주는 현대가 넘고 돈은 되놈이 버는 사업이 되었다. 남·북 평화와 민족화해협력의 인프라가 중국-북한의 돈벌이로 이용되는 셈이다.
남측이 제시한 '3대 선결조건'과 북측의 남측 자산 몰수 및 동결 조치 해제와 같은 난제들이 쌓여 있지만, 금강산관광은 남측 정부가 재개 의지를 가진다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하다. 남·북한 당국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대화에 즉각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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