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드락팬션
변종만
산으로 들어서면 도투매기 언덕의 호젓한 산길이 이어져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책하기에 좋다. 꾸지나무해수욕장에서 2.2㎞ 거리의 큰어리골 바닷가에 풍경이 멋진 자드락팬션이 있다. "해변으로 가세요"가 쓰여 있고 바닷가 방향으로 화살표가 그려진 이정표가 서 있지만 더위 때문에 산길로 들어선다.
코를 간질이는 솔향과 자장가를 닮은 파도소리가 오감을 자극하는 솔향기길은 높이가 야트막한 둔덕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는 해안을 연결한다. 숲길, 백사장, 자갈길을 교대로 걷다보면 소박한 풍광들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다시 숲으로 들어섰다가 작은어리골의 해변으로 내려와서, 주민이 판매하는 시원한 막걸리로 갈증을 해소했다. 낚시하기 좋은 와랑창 해안을 지나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꽉 들어찬 차돌백이 해안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같이 점심을 먹은 일행들과 해변을 걸었다. 산으로 들어서 임도를 걷다가 용난굴과 별쌍금약수터 이정표를 보고 다시 바닷가로 내려선다. 용이 나온 굴을 뜻하는 용난굴은 해식동굴이다. 옛날에 용 두 마리가 이 굴속에서 도를 닦으며 승천을 기다렸는데 한 마리만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또 승천에 성공한 용은 굴 입구에 하얀색 비늘자국을 남기고 실패한 용은 굴 앞에서 망부석이 되었다고 한다. 용이 승천할 때 밀고 나왔다는 굴문바위가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있다.
18m 길이의 용난굴은 끝부분이 두 갈래이다. 굴 속에서 더위를 식히며 밖을 내다보면 태안화력발전소와 오가는 배가 보인다. 망부석 주변에 곰바위, 거북바위 등 모양이 기이한 바위들이 많다.
솔향기길에 재미있는 이름이 많다. 앙뎅이, 앙뗑이는 가파른 곳을 뜻하는 이 지역의 사투리다. 돌앙뎅이를 지나 여섬해변으로 간다. 솔향기길 중간지점의 여섬은 인근의 다른 섬에 이름을 붙이고 남은 섬이라 남을 여(餘)자를 붙여 '여(餘)섬'으로 불렀단다. 높이 20여m의 여섬은 인근에 이원방조제가 생기며 육지가 된 다른 섬들과 달리 방조제 밖의 작은 섬으로 남아 있다. 물이 빠지며 여섬까지 50여m의 바닷길이 열렸다.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로 세상을 이등분하는 바닷가 굽잇길을 걷다보면 나뭇가지 사이로 여섬이 자주 보인다. 밧줄을 타고 어렵게 바닷가로 내려섰으나 가뭄 때문인지 악너머약수터를 찾을 수 없다. 가마봉, 노루금, 칼바위를 지나면 근욱골해변이다. 일행들이 양주를 가지고 기다린다는 연락을 받고 산길을 부지런히 걸었다.
샘너머, 헤먹쟁이를 지나 정자가 있는 당봉전망대에 도착했다. 조망이 좋은 전망대의 아래편으로 삼형제바위와 만대항, 서산시의 황금산·대산석유단지·범말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새막금, 입성끝전망대, 큰구매쉼터, 목각인형을 지나 큰구매수둥의 바닷가로 내려서면 해변에 삼형제바위가 있다.
삼형제바위는 바닷가로 일을 나간 어머니를 기다리던 형제들이 바위가 되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온다. 세 개의 바위섬이 나란히 서 있어 보는 위치에 따라 바위섬의 수가 다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