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인줄 알았던 취미 사진가들이 저격수처럼 은신용 텐트를 치고 있다.
김종성
사릉역에서 왕숙천과 이어진 진건읍의 작은 개천가를 따라 본격적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달려간다.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린 덕분에 개천가에 동네 아이들이 나와 물장구를 치며 노는 모습이 오리새끼들처럼 귀엽기만 하다. 이어서 출현하는 사람은 비 내린 개천가에 반드시 나타나는 낚시꾼 아저씨들. 바지, 챙 모자, 텐트까지 온통 개구리 무늬로 깔 맞춤을 했다.
영화에서나 보았던 스나이퍼 (sniper : 저격수) 같아 흥미롭게 쳐다보니 중장년의 아저씨들이 손에 든 건 낚시대가 아니라 둔중한 카메라다. 영어로 사진 찍는 걸 'shooting'이라고 표현 하던데 딱 그 모양새다. 카메라에 달린 커다란 망원 렌즈마저 개구리 무늬로 색칠을 했다. 취미로 사진을 찍는 분들이 웬만한 사진기자나 직업 사진가보다 더 한 게 30도가 넘은 이런 무더운 날씨에 땡볕 아래의 일인용 텐트 안으로 각자 들어간다.
텐트 속에서 은신을 한 채 하천가에 서있는 백로, 왜가리, 해오라기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결정적 순간을 가까이에서 사진에 담기 위해서란다. 취미 이상의 대단한 열정이 느껴져 아저씨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 취미든 직업이든 저런 열정과 몰입의 대상이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