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넷다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한 자넷다
고기복
지난 6월 15일, 오바마 대통령은 "어릴 적 부모 손에 이끌려 미국으로 온 사람들은 직장을 구하거나 운전면허증을 딸 때, 학교에서 장학금을 신청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불법 이민자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 심지어 반에서 수석을 한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나라 말도 할 줄 모르는 나라로 추방된다고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강제 추방은 합리적이지 않고, 앞으로 미등록 이주아동에게 가해지는 부조리를 바로잡겠다고 선언한 것과 같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젊은 미등록자들은 부모의 손에 이끌려 미국에 입국해 미등록자가 된 경우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마저 미등록으로 규정짓고 있다. 현실의 무게가 더 가혹한 셈이다.
이 아동들은 부모의 체류 자격으로 인해 출생과 더불어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의료보험, 탁아, 보육 등 각종 사회 안전망의 혜택에서 철저히 배제되기 때문이다.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혈연에 기초한 국적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에서 출생했다는 이유로 국적 취득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 가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따라온다. 그러나 이는 무조건 한국 국적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국내에서 출생한 이주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즉 일정 기준에 부합하는 이주아동과 그 부모에 대해 출국 유예 혹은 특별체류허가를 부여하는 것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06년 8월부터 2008년 2월 말까지 미등록 이주아동과 그 부모에 대해, 부모의 불법체류 자진 신고를 조건으로 '한시적 출국 유예 조치'를 통해 비자를 발급해 줬던 적이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도 있다. 일본의 경우 '재류특별허가 가이드 라인을 제정해 '개별적인 사안마다 재류를 희망하는 이유, 가족상황 (중략) 인도적인 배려 필요성 등을 감안'한 개별 심사를 통해 체류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출국 유예나 특별체류허가가 '국적이나 영주권 부여'로 이어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러한 논의가 자칫 '미등록자의 정주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체류 자격 논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최소한 우리나라가 1991년에 비준한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른 아동의 기본적인 권리는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고 있다.
정리하자면, 지난 3일 출국한 자넷다와 그의 부모 역시 출국 유예 혹은 특별체류허가를, 나아가 국적이나 영주권을 받아야 하는 게 합당하지 않았을까.
유엔아동권리협약 준수하지 않는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