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조명아래 균형과 흐트러짐을 동시에 보여주는 국립발레단 현대발레 '포이즈(POISE)'.
문성식 기자
음악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서는 역동성과 진취성을, 바흐의 음악에서는 균형미와 절제미를 표현하였다. 균형을 표현하는 이번 작품의 안무에 두 작곡가의 음악은 서로 대비되는 균형과 불균형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다만 무대를 꽉 채우려는 욕심인 듯 음량이 너무 커서 시종일관 피로감을 주기도 하였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을 사용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구소련 시대의 공산주의를 약간 의식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 음악이 주는 기괴함과 정신 없음, 무질서처럼 보이지만 시공간마다 질서를 의식한 음악 말이다. 바하에서는 반대로 서양 고전시대 이전 바로크 시대의 정격성과 촘촘히 짜여진 구조, 정제되어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답답한 느낌을 표현하고 있었다.
따라서, 느린 감정 표현보다 이번 작품에서는 전체적인 구도와 움직임, 무대와 소리의 역동성을 보고 느낄 수 있었다. 전체 2막 6장의 무대에서 흰색 무대배경 혹은 붉은 무대 배경은 모던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고, 특히 가로 세로의 수직 수평 구도가 인상적이었다. 천장에 매달려 수직으로 번갈아 움직이는 사각형태의 붉은 장식은 아래에 무용수들이 있는 가운데 위압감을 주며 거대 기계안에 어쩔 수 없이 빨려 들어간 인간군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군무 사이에서도 주역 무용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었다. 이은원은 시원하고 화려한 턴동작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으며, 2막 2장에서 김주원과 이영철은 우아한 몸짓을 보여주었다. 1막 단체무 사이에서 큰 키의 이재우 역시 강한 점핑으로 현대무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지영 역시 날렵함과 역동적인 몸짓으로 중심에서 연기하였다.
특히 이날은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자리를 지켜온 발레리나 김주원의 마지막 고별 무대여서 더욱 뜻깊은 무대가 되었다. 무대가 끝나고 김주원은 관객들의 기립박수 속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감회에 젖으며 관객들과 호흡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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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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