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만 없어지면 학벌구조가 타파될까

[주장] 사립대까지 포함한 대학네트워크 방안 절실하다

등록 2012.07.02 20:25수정 2012.07.02 20:25
0
원고료로 응원
7월 2일 민주통합당에서 서울대를 폐지하고 국립대네트워크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현재의 학벌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과연 서울대 폐지·국립대 네트워크방안이 효율적인 방안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생긴다.

첫째, 학벌문제의 구조는 서울대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제 'SKY'로 상징되는 학벌 구조를 전 국민이 받아들이고 있다. 즉 학벌 구조는 단순히 서울대에만 들어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울대가 아니라면 그래도 좀 더 나은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는 견고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SKY로 상징되는 명문대, 수도권 대학 내에서 상위권대와 하위권대의 구분, 서울과 지방의 구분 등 사실상 우리 나라대학은 1등부터 꼴등까지 순위가 매겨진 것과 같은 독특한 구조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서울대만 폐지하고 국립대네트워크로 간다면 잘못하다가는 소위 말하는 1위 대학이 사립학교로만 바뀌고 학벌구조 자체는 그대로 존속할 수도 있다. 또한 국립대네트워크 방안이라면 상대적으로 지방국립대와 서울권 학교의 격차는 줄어들 수도 있으나 우리나라 인구 편성상 같은 네트워크 대학이라 하더라도 결국 반 정도는 수도권 학교를 입학을 희망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 역시 필요하다. 더불어 정보나 문화 여건 등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지방출신이라 하더라도 상당수 서울권 국립대네트워크에 입학을 희망할 가능성 역시 염두해 두어야 한다.

결국 서울대 폐지는 사립대까지 포함한 전체 대학의 구조를 손대지 않으면 오히려 상황을 악화 시킬 수 있다. 서울대가 아무리 학벌구조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 대학이라도 1위 대학이 국립대인 것이 사립대인 것 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에서 서울대의 학부를 폐지하고 대학원만 두는 연구중심대학화 방안은 서울대 자체를 놓고 보면 궁극적으로는 지향해야 할 방향이지만 잘못하다가 1위 대학만 사립대학이 되고 학벌구조 자체는 변화시키지 못하는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 시킬 수 있다.

두 번째, 이제는 대학간 서열만이 문제가 아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학과보다 대학이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이제는 학교 못지않게 학과간 서열구조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과의 경우 다소 과장하면 전국의 모든 의대가 서울대 비 의대 보다 입학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여기에 한의대, 약대(약대의 경우 현재는 학부 신입생으로 입학할 수는 없음)까지 소위 말하는 전문직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학과와 다른 과의 불평등이 심각하다.


문과의 경우 입학만으로 전문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학과가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하다. 하지만 로스쿨 도입 이후 학부 법대마저 폐지된 이후에는 상경계열 집중 현상이 심하다(물론 사대의 교사 자격증이나 교대가 있기는 하지만 교대는 특수학교이기에 제외하고, 비사대도 교직 이수를 통해 교사자격증을 받을 수 있고 의사나 약사처럼 자격증만으로 완전히 취직이 보장되는 구조는 아니다). 만약 학벌구조를 손대는 정책을 만들겠다면 이제는 학과간 불평등구조 역시 염두해 두고 정책 설계를 해야 한다.

셋째, 학벌구조 개선을 위한 제언


현재의 학벌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예전에 진보 진영에서 주장한 사립대까지 포함한 대학네트워크 방안이 아니라면 구조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사립대학까지 포함한 네트워크방안은 사실상 대학의 평준화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많은 논쟁이 불가피하므로 단순히 대선공약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사립대학까지 포함한 네트워크대학 방안은 일부 상위권 사립대학의 경우 국고지원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길을 가는 방안을 선언할 경우 이들 대학이 학벌구조를 형성할 가능성 역시 부인할 수 없다(사립대학까지 네트워크로 묶는 방안은 사립대학의 경우 국고지원을 안 받고 네트워크에 들어가지 않든지,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네트워크로 들어오는 둘 중 하나의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사립대학의 경우 강제로 참여시키기는 어렵기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학교가 들어오겠지만 서울 시대 최상위 사립대의 경우는 들어오지 않고 독자 노선으로 갈 확률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결국 민주통합당에 바라는 것은 서울대 폐지라는 이목을 끌 수 있는 표어만 외치지 말고 이 나라의 교육체제 전반에 대한 고민이다. 현재 우리의 학벌구조 체제는 분명 개선이 필요하지만, 단순히 서울대만 폐지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

또한 학과간 불평등의 문제는 이제는 대학의 운영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임을 나타내는 것이다. 원래 대학은 학문적으로 깊이 있는 전문적인 공부를 하기 위한 곳이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제 취업을 위한 코스처럼 되어 버렸다. 그럼 이제는 대학의 운영을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회인을 양성할 것인지 아니면 전통적인 대학의 역할인 전문적인 연구자를 길러내는 곳이 될지를 이제는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서울대의 경우 학부 신입생 선발을 폐지하고 2년을 마친 일반 대학생 중에서 학문적으로 깊이 연구하고 싶은 학생들을 전공시험을 보고 학과별로 뽑아서 석사과정까지 가도록 개편하고, 일반 대학은 사립대까지 포함한 네트워크 대학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된다면 사실상의 평준화에 대한 반론인 우수한 인재 양성문제까지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나 2년을 마친 이후 전공 별로 뽑는다면 학문별 연구자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현 체제보다 훨씬 장점이 많을 것이다.

지방대의 경우 지방거점 국립대만이라도 등록금을 무상으로 바꾸고 우수한 교수들을 채용하여 수도권에 있는 학생들이 지방으로 갈 수 있는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나 공부하고 싶고, 능력이 있으나 가정 형편 때문에 대학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은 지방거점국립대가 가정 형편에 관계 없이 다닐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된다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역시 줄어 들 수 있고 재산에 따른 교육 불평등 문제 역시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할 것이다.  
#서울대 #학벌구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81분 윤·한 면담 '빈손'...여당 브리핑 때 결국 야유성 탄식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나무 500그루 가지치기, 이후 벌어진 끔찍한 일
  4. 4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민박집에서 이런 이불을 덮게 될 줄이야
  5. 5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단독] 명태균 "검찰 조사 삐딱하면 여사 '공적대화' 다 풀어 끝내야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